'닥치고 달려' 염갈량표 'LG 발야구'...진짜일까 심리전일까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염경엽(55) LG 트윈스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 동안 수차례 '발야구'를 언급했다. 실제로 LG는 시범경기 14경기에서 32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2위 SSG(13개)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도루를 기록했다. 도루 시도는 무려 50회다. 하지만 뛰기도 많이 뛰었지만 실패도 많았다. LG의 도루 성공률은 64%로 리그 7위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주자가 루상에 나가기만 하면 무조건 뛰었다. 그리고 LG의 도루는 특정 선수에게만 집중되는 게 아니었다. 외국인 타자, 포수를 포함해 모든 선수들이 언제든지 달릴 준비가 되어있었고 틈만 나면 어김없이 달렸다.

현대 야구에서는 과거 이종범, 전준호, 이대형과 같이 많은 도루를 기록하는 선수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는 도루에 대한 해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야구는 3개의 아웃카운트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득점을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 도루 성공률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못한다면 도루 시도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팀 당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치르려면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도루는 체력적인 부담과 함께 부상의 위험을 항상 가지고 있는 공격 옵션이다. 도루 실패는 공격 흐름을 끊는 '양날의 검'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루의 매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도루를 위한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는 투수의 투구 동작에 영향을 미치고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은 바로 이런 점을 노렸다. 시범경기 14경기를 통해 'LG는 언제든지 누구든지 뛸 수 있다'라는 인상을 상대에게 남겼다. LG의 뛰는 야구가 각인되면 상대는 대비하게 되고 신경 쓰게 된다.

염경엽 감독은 치밀한 작전과 심리전을 잘해 삼국지의 제갈량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염갈량'이라 불린다. 그는 많은 미디어를 통해 '발야구'에 대해 공공연하게 이야기했고 실제로 보여줬다. 시범경기는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기에 어떻게 보면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도루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정규리그는 다르다. 이제는 연습이 아닌 진짜다.

염경엽 감독은 취임식에서부터 'LG 우승'을 당당히 말하며 선수단과 팬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략가'로 불리는 염경엽 감독은 정규리그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수 싸움을 시작했다. 공개적으로 '발야구'를 천명하며 상대가 얕잡아보지 못하도록 꾸준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경고했다.

한편 LG는 개막전에서 KT를 만난다. 염경엽 감독의 LG는 KT를 상대로 과연 어떤 야구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범경기에서 뛰는 야구를 보여준 LG 트윈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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