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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우리 팀의 4번 타자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
롯데 자이언츠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정규시즌 개막전 원정 맞대결에서 4시간 43분의 치열한 혈투 끝에 10-12로 패했다. 144경기 중 1패에 불과하지만, 시즌 첫 경기부터 모든 것을 쏟아낸 것을 고려했을 때 치명적인 패배였다.
투수 기용을 비롯해 패배로 직결되는 결정적인 장면이 많았지만, 무려 10점을 뽑아낸 타선에서의 아쉬움은 한동희의 침묵이었다. 이날 한동희는 3루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한동희가 남긴 잔루는 무려 10개에 달했다. 총 네 번의 득점권 찬스를 단 한 번도 살리지 못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개막전에 앞서 한동희에 대한 질문에 "한동희에게도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지만 '다른 사람이 되지 말고 한동희의 최고 버전이 돼라'고 말했다. 한동희는 한동희고, 이대호는 이대호다. 물론 이대호가 훌륭하고, 한동희가 포스트 이대호라고 불리는지도 이해한다. 하지만 한동희는 자신의 최고 버전이 될 수 있는 선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튼 감독이 한동희에게 큰 기대를 거는 이유는 분명했다. 한동희는 2022시즌이 끝난 후 일찍부터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린 괌으로 넘어가 무려 10kg 이상의 체중을 감량하는 등 변화를 위해 많은 땀을 흘린 까닭이다. 그리고 시범경기 11경기에서 10안타 2홈런 8타점 타율 0.370 OPS 1.136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노력의 결과를 증명해 냈다.
하지만 개막전에서의 모습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무게감'을 이겨내지 못한 듯했다. 한동희는 1회 첫 타석에서 2사 1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좌익수 뜬공으로 경기를 출발했다. 그리고 3회 다시 한번 찾아온 1사 1루에서도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에게 꽁꽁 묶이며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던 중 큰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4-3으로 역전에 성공한 4회초 무사 만루. 하지만 이번에도 한동희의 방망이는 응답하지 않았다. 한동희는 삼진으로 물러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게다가 7-3까지 달아나는데 성공한 5회 2사 1, 3루에서도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8회 다섯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9와 11회였다. 한동희는 9-9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 2사 1, 3루에서 일곱 번째 타석에 나섰다. 두산이 타격감이 물오른 잭 렉스를 거르고 한동희와 승부를 택한 것. 승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찬스, 하지만 한동희는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11회 1사 1, 2루에서 삼진을 당했다.
'4번 타자'라는 중책으로 인한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한동희가 잔루 10개를 남기면서 침묵하는 사이, 롯데 마운드는 두산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고, 결국 롯데는 5시간에 가까운 경기를 펼치고도 패했다. 하지만 4번 타자의 역할은 한동희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이이었다. 그 배경에는 사령탑의 절대적인 신뢰도 포함이 돼 있었다.
서튼 감독은 "한동희가 스프링캠프 중 '우리 팀의 4번 타자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4번 타자의 무게감, 책임감을 알고 있느냐. 준비는 돼 있나'라고 물었다. 책임감은 단순한 숫자와 결과가 아닌, 4번 타자의 무게감을 견딜 준비, 매일매일 공격 파트에서 리더 역할을 해낼 멘탈, 육체적으로의 준비다"라며 "한동희도 잘 알고 있고 '그에 맞게 준비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롯데의 '간판'이었던 이대호가 떠난 뒤 한동희가 4번 타자의 중책을 물려받은 가운데, 첫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한동희가 개막전의 부진을 털어내고 롯데를 대표하는 4번 타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한동희가 하기 나름에 달려 있다.
[롯데 한동희가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4회초 1사 만루서 삼진을 당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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