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했던 것 같다…” KBO 최고타자와 한화 거포 3루수 ‘1인치 전쟁’[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솔직히 나태했던 것 같다.”

키움 이형종은 1일 한화와의 개막전서 연장 10회 끝내기안타를 치고 동료 이정후로부터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수 차례 들었다. 이형종은 “정후가 실수를 한 게 좀 있었다”라고 했다. 키움이 2-1로 앞선 8회초, 노시환의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에 대한 대처였다. 당시 노시환은 키움의 실책에 3루까지 들어갔다.

기록상 실책은 좌익수 김태진이 했다. 글러브를 댔으나 타구가 뒤로 흘러갔기 때문. 이때 재빨리 쫓아온 이정후가 타구를 잘 수습했다. 그런데 어쩐지 느슨하게 3루로 송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1차적으로 이 모습이 노시환에겐 3루를 노린 원인이 됐다.

노시환은 2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본능적으로 나왔다. 2루에 도착하니 빈틈이 보이더라. 항상 상대의 빈틈을 본다. 솔직히 나태했던 것 같다. 바로 판단을 내렸다. 3루로 뛰자고. 무엇보다 팀을 이기게 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이정후가 ‘아차’했던 건, 정확히 말해 느슨하게 3루로 던졌던 건 아니다. 어차피 가속도가 붙은 노시환을 3루에서 잡는 건 쉽지 않았다. 단, 좌우중간으로 타구가 나오면 중앙내야수들이 외야로 올라가 커트맨 역할을 한다. 당시에도 유격수 에디슨 러셀이 외야로 올라간 상태였다. 만약 이정후가 타구를 수습한 뒤 곧바로 러셀에게 연결했다면 러셀이 3루에 승부를 걸어볼 만했다. 이정후의 실수는 이것이었다. 홍원기 감독도 2일 경기를 앞두고 “뜨끔해 하더라”고 했다.

한편으로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노시환의 주루에 폭풍칭찬을 했다.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다. 얼마나 좋은 경기를 했나. 주루 기술도 좋아졌다. 안우진에게 안타를 1개 쳐도 나쁘지 않은데, 2개를 쳤다. 시범경기의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 긍정적이고, 다음단계로의 성장을 지켜볼 한 해”라고 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괜히 KBO 최고타자이자 ‘야구천재’가 아니다. 2일 경기서 조용히 앙갚음했다. 또 상대는 노시환이었다. 확실히 타격감이 좋다. 노시환은 1회 1사 1루서 키움 에릭 요키시의 투심을 통타해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날렸다.

이때 이정후의 대처가 엄청나게 기민했다. 원 바운드로 타구를 수습한 뒤 곧바로 외야로 나온 커트맨 김혜성에게 연결했다. 김혜성이 홈에 정확하게 송구, 홈으로 파고 들던 이원석을 태그아웃 처리했다. 이정후~김혜성~이지영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중계플레이였다. 노시환은 2루에 들어갔으나 타점 1개를 도둑 맞았다.

사실 이정후는 개막 2연전서 그렇게 타격감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범타로 물러난 타구의 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야구는 계속되고, 주전 야수는 수비에 나가면 최상의 플레이로 팬들과 동료들에게 보답할 의무가 있다. 이정후는 키움과 키움 팬을 위해 수비와 주루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형종은 “내가 부진할 때 정후가 더 잘해줄 거예요. 서로서로 돕는 거죠”라고 했다. 이정후가 키움의 승리에 훨씬 많이, 팀에서 가장 많이 기여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키움 팬들은 지난 6년간 이정후에게 한 번도 배신을 당한 적이 없다.

[이정후(위), 노시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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