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참고 참고 참았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2017년 은퇴 후 코치 경험 없이 곧바로 감독으로 지도자 데뷔전을 치렀다. 아직도 정식 데뷔는 1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시범경기에 이어 정규시즌에 들어오면서 보통의 ‘초보 감독’ 같지 않다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8일 광주 KIA전이 대표적이다. 두산은 마무리 홍건희, 필승계투조 정철원과 박치국이 연투하면서 되도록 쉬어야 했다. 실제 경기 중반 뒤지면서 선발투수 최원준이 내려간 6회부터 자연스럽게 추격조가 가동됐다.
그런데 4-6으로 뒤진 9회초에 김재환이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터트리며 승부가 어지러워졌다. 이럴 때 감독들의 투수 기용이 경기 막판흐름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이승엽 감독은 8회에 투구한 김명신을 6-6 동점에도 밀어붙였다. 마무리 홍건희의 3연투 유혹은 없었을까.
이 감독은 9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홍건희는 준비가 덜 됐다. 어제 던지면 3연투라서 무리였다. 정철원과 박치국도 연투를 해서 경기에 나갈 수 없었다. 홍건희가 올라오지 못하고 패배해서 아쉬웠는데 시즌은 길고 이제 7경기를 했다. 눈 앞의 경기서 승리를 원하면 급하게 올렸겠지만, 장기레이스다 10경기도 안 했다. 투수들을 무리시키면 과부하가 온다. 5~6월, 7~8월에 힘들어진다. 참고 참고 참았다”라고 했다.
나름대로 승부를 던지기도 했다. 김명신이 1사 후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포크볼을 던지다 우전안타를 맞았고, 최형우에게 초구 볼을 구사하자 박신지로 교체했다. 똑 같은 우완이지만, 김명신의 구위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볼카운트 도중 바꿨다.
이 감독은 “그 전부터 공에 힘이 떨어져 보였는데 그 순간 공에 힘이 확 떨어지더라. 박신지가 2군에서 공이 좋다는 보고도 받았다. 힘 있는 공으로 승부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제구가 아쉬웠다. 김명신은 20개 이상 가면 힘이 좀 떨어진다”라고 했다.
어쨌든 이 감독은 끝내기 패배에도 필승조를 아끼며 눈 앞의 승부보다 144경기 레이스를 바라봤다. 8일 경기서 필승계투조를 아낀 덕분에, 토종에이스 곽빈이 나서는 9일 경기서 전원 대기가 가능하다. 이 감독은 “오늘은 승기를 잡으면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라고 했다.
[이승엽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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