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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막걸리를 뿌리러 간다고 하시더라"
롯데 자이언츠 노진혁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1차전 홈 맞대결에 유격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역전승에 큰 힘을 보탰다.
노진혁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롯데와 4년 총액 50억원의 계약을 맺고 새로운 출발을 끊었다. 하지만 시작은 썩 좋지 않았다. 노진혁은 시범경기 10경기에서 타율 0.074로 허덕였고,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지난 7일 기준 타율은 0.071에 불과했다. 하지만 노진혁은 8일 KT 위즈전부터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노진혁은 8일 KT를 상대로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하며 시동을 걸더니 이튿날 2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11일 시즌 첫 엘롯라시코에서 동점 2루타를 포함해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아직 시즌 타율은 2할 초반에 머무르고 있지만, 3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시작부터 좋았다. 노진혁은 0-1로 뒤진 3회 선두타자로 나선 첫 번째 타석에서 LG 선발 '사이드암 루키' 박명근을 상대로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뽑아내며 팀의 첫 안타이자 출루에 성공했다. 커리어 통산 사이드암 투수를 상대로 타율이 3할 중반에 이를만큼 좋았던 면모를 제대로 뽐냈다. 그리고 황성빈의 적시타에 홈을 파고들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활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노진혁은 2-4로 뒤진 6회말 1사 만루에서 다시 한번 사이드암 투수와 맞붙었다. 이번에는 '국가대표' 정우영. 하지만 통산 맞대결 성적이 8타수 5안타로 매우 강했던 노진혁의 진가는 이번에도 제대로 발휘됐다. 노진혁은 정우영의 초구 150km 투심을 공략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동점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롯데는 노진혁이 만들어 놓은 찬스에서 2점을 더 뽑아냈고, 6-5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노진혁은 유쾌했다. 그는 "투수가 바뀔 때 (한)동희에게 '조금 더 노리고 쳐라. 스트라이크가 돌아온다고 생각하고 쳐라'고 했는데, 결국 볼넷을 나가더라. 조금 떨리긴 했는데, 내가 상대전적에서 강했던 것도 알고 자신 있게 돌린 것이 좋은 타구로 이어졌다"고 활짝 웃었다.
노진혁은 정우영이 마운드에 오르기 전 연습투구를 하는 과정에서 대기 타석에 있던 한동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그는 "(한)동희에게 물어보니 '못 친다'고 하더라. 그래서 '(정)우영이 볼이 투심이 많고, 휘기 때문에 보고 치면 항상 늦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거라고 생각하고 쳐라'고 했는데, 안 치더라. 어쨌든 동희가 살아나갔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나가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상대전적에서 매우 강했던 만큼 자신감은 충만했다. 그는 "나는 맞는 순간 무조건 가를 줄 알았다. '3타점이다'하고 있었는데, 그건 아니더라"며 "나는 무조건 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금 더 자신감 있게 '홈런을 쳐야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안타가 나와서 조금 아쉬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3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있는 노진혁의 상승세에는 '막걸리'의 비밀이 숨어 있었다. 지난주 노진혁의 부모님이 사직구장을 방문한 뒤 밤늦은 시간에 집을 나가 사직구장을 돌며 막걸리를 뿌렸던 것. 부모님의 정성에 덩달아 타격감도 좋아지고 있다.
그는 "옛날에는 고사를 지냈는데, 이제는 고사를 안 지내더라. 사실 부모님이 지난주에 오셨는데, 밤 11시 반에 나가시더라. 무엇을 하시나 했는데 '막걸리 뿌리러 간다'고 하시더라. 작년 초반에도 너무 안 될 때 와이프가 구장 근처에 막걸리를 뿌렸다. 올해도 뿌리면 잘 되겠지라는 생각에 뿌린 것 같은데, 성적이 괜찮게 나와서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롯데 자이언츠 노진혁.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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