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나는 그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염경엽 감독이 부임한 이후 LG 트윈스는 올 시즌 경기 중 유독 많은 작전 야구를 펼치고 있다. 작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중계 방송의 카메라가 더그아웃을 집중조명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던 중 지난 9일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서 염경엽 감독이 화를 내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다. 어떠한 이유로 누구에게 뿔이 났던 것일까.
LG는 지난 9일 삼성과 홈 맞대결에서 연장전 승부 끝에 3-2로 신승을 거두며 4연승을 내달렸다. 결과는 베스트. 하지만 과정이 썩 매끄럽지 못했다. 화려한 작전 야구로 삼성을 흔들어놨는데 작전의 결과물이 아쉬웠던 탓이다.
상황은 이러했다. LG는 2-2로 팽팽하게 맞선 8회말 2사 2, 3루 득점권 찬스를 잡았다. LG는 2루 주자 김현수가 리드 폭을 넓게 가져가며 상대의 견제를 유도했고, 이 틈에 3루 주자 문성주가 홈을 파고들기를 노렸다. 그리고 삼성은 염경엽 감독의 바람대로 2루에 견제구를 뿌렸다. 하지만 문성주의 스타트가 늦었고, LG는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아쉬운 장면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10회말 무사 1루에서 홍창기의 희생번트 때 분노하는 장면이 중계에 잡혔고, 이어지는 1사 1, 3루에서 김현수의 땅볼 때 3루 주자 박해민이 홈에서 아웃되자 불같이 화를 냈다. 팀이 3-2로 승리했으나, 사령탑 입장에서 과정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염경엽 감독은 11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수차례 화를 낼 수밖에 없었던 대상과 이유를 밝혔다. 사령탑은 선수들에게 화를 냈던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모든 잘못이 나와 코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는 잘못이 없다"며 "결국 우리가 지시, 가르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선수에게는 화를 내는 경우는 없다. 모두 코칭스태프와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것"이라고 말 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염경엽 감독은 "어떠한 미스플레이를 해도 선수 잘못은 아니다. 나와 코칭스태프가 잘못 가르치고, 확실하게 이해를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실수를 한 것이다. 그날(9일)의 미스는 코치와 나의 문제였다. (문)성주가 늦은 것도 사실 거기서 게임이 끝이 났어야 했다. 1, 3루에서 (박)해민이가 죽은 것도 우리 잘못이다. 결국 코치와 나의 소통 미스였다"고 설명했다.
홍창기의 희생번트 작전 성공 이후 분노를 터뜨린 것도 결국엔 선수를 향한 질책이 아니었다. LG는 당시 약속된 플레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고, 소통에 실수가 있었던 김민호 3루 주루코치에게 불만을 터뜨렸던 것이다.
염경엽 감독이 분노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한 경기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은 지휘봉을 처음 잡았던 지난 2013년 1경기 차이로 2위가 아닌 4위로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에는 0.5경기 차로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고, 2019시즌에는 두산 베어스와 승률에서 타이를 이뤘으나, 상대전적에서 밀려 정규시즌 우승을 놓쳤다. 염경엽 감독은 그 어떠한 감독들보다 1경기의 소중함을 잘 알 수밖에 없다.
사령탑은 "조그마한 미스는 승부처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결국 선수를 움직이는 것은 나와 코치"라며 "6승 2패와 5승 3패는 천지 차이다. 결국 한 경기가 나중에 순위를 가른다. 나는 그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경험이 감독으로서 크게 다가온다. SK 시절에 아쉬운 경기를 줄여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그냥 넘어갔기 때문에 결국 타이브레이크를 만들었고, 분위기가 떨어져서 실패를 경험했었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LG도 작년에 1승의 소중함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LG가 페넌트레이스 1등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운 경기들을 놓쳤기 때문에 결국 1등을 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LG는 지난시즌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에서 아쉬움을 남긴 류지현 감독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고 지휘봉을 염경엽 감독에게 맡겼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당연하다.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겪는 와중에도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LG가 올해 오랜 숙원을 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