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었다. 최초 불법 도박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궁지에 몰리자 해당 사실을 털어놨다. 그래서 더 괘씸한 이천웅이다.
LG 트윈스는 14일 "최근 KBO가 검찰에 수사의뢰한 인터넷 도박 사건에 이천웅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과 관련해 수차례 면담과 자체조사를 진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이천웅이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정규시즌 개막을 하루 앞두고 두 가지 대형 악재가 터졌다. 한 가지는 장정석 前 KIA 타이거즈 단장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 획득을 앞둔 박동원과 지난시즌 중 연장계약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것. KIA는 곧바로 자체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장정석 단장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악재가 바로 불법 도박이었다. KBO는 지난달 수도권 구단의 한 선수와 관련된 인터넷 불법 도박에 관한 제보를 받았다. 이 사실은 개막전을 하루 앞둔 3월 31일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 KBO는 당시 제보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면서도, 불법 도박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사실 파악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당시 불법 인터넷 도박의 주인공으로는 이천웅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천웅은 해당 사실을 적극 부인했다. 강력한 혐의 부인에 수사권이 없는 LG는 이천웅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고, 이천웅을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것은 물론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그를 기용했다.
KBO는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접수된 불법 도박 제보에 대해 4일 조사위원회 검토 및 논의를 진행했고, 5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러자 LG는 6일 경기에 앞서 이천웅을 1군에서 말소했다. 그동안 온라인 불법 도박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왔던 이천웅은 LG의 면담과 조사 속에 지난 12일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이천웅이 사실을 실토한 뒤 LG는 해당 사실을 공개하면서 김인석 대표이사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인석 대표이사는 "이천웅이 불법 인터넷 도박이라는 행위로 팬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더욱 큰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속 선수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선수단 관리에 대한 책임을 깊게 통감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천웅의 불법 도박 혐의가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접수 됐을 때 제보의 신빙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KBO는 해당 제보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인 결과 이천웅의 불법 도박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제보가 없었고, KBO가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면, 이천웅은 최책감도 느끼지 않고 평생 해당 사실을 숨기고 살았을 것이다.
KBO 규약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르면 도박(도박, 불법 인터넷 도박 등)은 '1개월 이상의 참가활동정지나 3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또는 3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이라고 명시 돼 있다. 이천웅이 인터넷 불법 도박 혐의를 시인한 가운데 해당 징계를 피할 수는 없다. 징계는 더욱 강력해질 수도 있다. 이천웅이 당초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천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