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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오늘로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LG 트윈스 이정용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2차전 홈 맞대결에 9회초 마운드에 올라 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첫, 데뷔 후 두 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LG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형 악재를 맞았다. 바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다녀온 고우석이 어깨 부상을 당한 까닭. 고우석이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올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고, LG는 '구원왕'이 없는 가운데 이정용을 임시 마무리 투수로 내세우며 정규시즌을 맞았다.
이정용이 이날 시즌 첫 세이브를 수확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이정용은 지난 2일 KT 위즈와 개막시리즈에서 1⅓이닝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첫 출발이 썩 좋지 못한 것. 이정용은 6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비교적 여유 있는 상황 속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실점을 마크했다. 업 앤 다운 피칭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정용은 8일 삼성전에서 다시 한번 팀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다행히 팀이 다음 공격에서 점수를 뽑아냈고, 이정용은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이튿날 무실점 투구로 이정용은 상승세를 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⅓이닝 동안 2피안타(1피홈런) 2실점(2자책)으로 무너지면서 시즌 세 번째 블론을 마크했다.
염경엽 감독은 기복 있는 모습이 반복되는 이정용의 자신감을 살려주기 위해 1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다시 한번 큰 점수 차에 마운드에 올렸다. 그리고 기복 있는 투구가 해소됐다. 이정용은 15일 3-1으로 앞선 9회초 2사 1루에서 함덕주에게 바통을 이어받았고, 결코 쉽지 않은 상대인 양의지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무려 7경기 만에 첫 세이브를 쌓았다.
6전 7기만에 세이브를 손에 넣었지만, 취재진과 만난 이정용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얼굴에서 드러났다. 그는 "오늘을 계기로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 문을 열며 "내가 못한 것이기 때문에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나는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했던 선수인데, 다른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그동안의 아쉬운 투구를 돌아봤다.
이정용 입장에서는 고우석이 빠진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오히려 발목을 붙잡았다. 마운드에 선 이정용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정용은 "원래 단순하게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공에 혼이 덜 실렸다"며 "컨디션의 문제는 없었는데, 내용이 좋지 않으니 위축이 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컨디션과 몸 상태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고전했던 이정용이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임찬규로부터 조언과 좋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이정용은 "몸보다는 정신적인 것이 크다고 생각했다. (임)찬규 형과 정신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많이 공유했다. 찬규 형의 도움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다음주가 되면 마무리 고우석이 돌아온다. 이정용도 그동안의 과정은 좋지 않았지만, 첫 세이브를 수확한 결과는 좋았다. 그는 "더 많은 세이브를 기록했으면 좋았겠지만, 욕심이 독이 됐다. 나도 모르는 부담감이 있다는 것을 어제(14일) 알았다"며 "오늘을 계기로 안 좋았던 것이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LG 트윈스 이정용.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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