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다행이다"
KIA 타이거즈 이의리는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2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투구수 101구, 3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2승째를 손에 넣었다.
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의리는 최고 153km의 빠른 직구(59구)를 바탕으로 슬라이더(25구)-체인지업(14구)-슬라이더(3구)를 섞어 던지며, 롯데를 상대로 8경기에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60으로 좋았던 흐름을 이어갔다.
시작은 군더더기 없었다. 이의리는 1회 안권수-고승민-잭 렉스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을 모두 땅볼로 묶어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 2회말에는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안타를 맞은 후 한동희에게 볼넷을 내주며 첫 위기 상황에 몰렸으나,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짓는데 성공했다.
이날의 승부처는 3회였다. 이의리는 3회말 선두타자 김민석에게 안타를 맞은 뒤 안권수에게 번트 안타를 허용하며 다시 한번 위 상황에 놓였다. 그리고 이의리는 고승민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만루를 자초했다.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여기서 이의리는 잭 렉스를 134km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하더니, 전준우와 안치홍까지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KKK로 위기를 잠재웠다.
초반의 고전을 이겨낸 이의리는 순항했다. 그는 4회 노진혁-한동희-유강남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이날 두 번째 삼자범퇴를 마크했고, 5회에는 삼진 두 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을 마크했다. 그리고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전준우를 우익수 뜬공, 노진혁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 2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고, 승리 투수로 이어졌다.
이의리는 제구 정교한 투수는 아니다. 오히려 강속구를 앞세워 힘으로 타자를 찍어누르는 타입. 때문에 만루 위기에 자주 놓이곤 한다. 하지만 피안타율(0.167) 높지 않은 편. 특히 지난해에는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볼넷 3개의 무사 만루를 자초한 뒤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KBO리그 역대 두 번째 진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의리는 "만루에서는 많이 간절해지고 집중력이 올라가는 것 같다. 그래서 형들이 '평소에도 무사 만루라고 생각하고 던져라'라고 하시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다르다"며 무사 만루 위기를 막은 뒤 혼잣말을 한 장면에 대해서는 "'다행이다'라고 했다. 많이 간절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이날 투구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6이닝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 이의리는 6회말 2사 1루에서 교체될 때 허탈감에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는 "6회에 들어갈 때 투구수가 너무 많아서 조금 아쉬웠다"며 "내가 잘 던졌다면 6~7회까지 끌고 갔을 텐데 그 부분이 너무 아쉬워서 웃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이의리는 최고 구속 153km를 마크했다. 이의리는 좌완 토종 선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그는 "오른손 (안)우진이 형과 (문)동주는 나와 비슷한 것이 아니라 월등하게 좋다. 때문에 딱히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그래도 왼손 중에는 내가 가장 빠르게 때문에 충분히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아쉬운 성적을 남겼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체인지업의 실투가 줄어들었다는 점. 이의리는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WBC 공인구를 쓰다가 KBO 공인구를 만지니 감각이 살아나더라. 그래서 올해는 (체인지업을) 많이 쓰고있다"고 설명했다.
이의리는 이날 5연패에 빠져있던 팀을 구해내는 '연패스토퍼' 역할을 제대로 했다. 그는 '오늘 단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선발로 던진 날은 아무래도 아드레날린 때문에 자는 것이 쉽지 않지만, 앞으로 이기고 잠을 못 자는 상황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KIA 타이거즈 이의리.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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