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동국대학교 출신의 '레전드' 앞에서 사이드암 투수 후배들이 명품 투수전을 선보였다.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팀 간 시즌 3차전 맞대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양 팀의 경기만큼 치열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선발 투수들 간의 명품 투수전이었다.
이날 KT와 두산의 맞대결은 동국대학교 출신의 '사이드암' 토종 에이스들 간의 맞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올 시즌 4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 중인 고영표와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3.32로 활약하고 있는 최원준이 모두 동국대 출신이었기 때문. 게다가 현역 시절 무려 '152승'을 수확한 이강철 KT 감독 또한 동국대 출신의 사이드암으로 후배들의 맞대결은 더욱 기대를 모았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에 앞서 "내가 주심을 봐야겠네?"라며 '그래도 고영표죠?'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죠"라고 활짝 웃었다.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지만, 동국대 출신의 사이드암 투수들의 맞대결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고영표와 최원준은 모두 각 팀을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로 기대에 걸맞은 투구를 선보였다.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팽팽한 투수전을 만들어냈다.
경기 초반 최원준과 고영표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선보였다. 최원준이 1회 조용호와 김민혁, 앤서니 알포드로 이어지는 KT의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자 고영표 또한 1회말 양찬열-안재석-양석환의 타선을 깔끔하게 묶어내며 맞섰다. 그리고 최원준이 2회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다시 한번 이닝을 매조지자 고영표도 김재환과 양의지에게 연속 삼진를 뽑아내는 등 무결점의 투구를 선보였다.
무게의 추가 기울어진 것은 4회였다. 3이닝 무실점으로 순항하던 최원준은 4회 선두타자 김민혁에게 안타를 맞은 뒤 박병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최근 2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던 강백호에게 3구째 111km 커브를 공략당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들의 비슷한 흐름은 이어졌다. 고영표도 최원준과 마찬가지로 4회 위기에 놓였기 때문. 고영표는 4회 안재석과 양석환을 범타로 돌려세우며 빠르게 2개의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하지만 2사후 김재환과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면서 1, 2루에 몰렸다. 그러나 고영표는 흔들리지 않았고, 로하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무실점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팽팽한 줄다리기 흐름에 균열이 생겼지만, 투수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최원준은 5회 2사 1, 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극복한 뒤 6회도 막아내며 6이닝 1실점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고영표 또한 5회 강승호-허경민-정수빈, 6회 양찬열-안재석-양석환을 묶어내며 6이닝 무실점 투구를 완성시켰다.
고영표보다 위기가 많았던 최원준은 6이닝 투구를 마친 뒤 고영표보다 일찍 마운드를 내려갔다. 반면 투구수에 여유가 있었던 고영표는 투구를 이어갔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한 고영표의 승리 요건이 사라지게 된 것.
고영표는 7회 선두타자 김재환과 양석환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면서 이날 세 번째 실점 위기에 몰렸다. 고영표는 후속타자 로하스에게 2루수 유도에 성공, 병살타를 만들어내는 듯했다. KT 2루수 박경수는 유격수 김상수에게 공을 건넸고, 1루 주자를 2루에서 잡아냈고, 김상수가 다시 1루수를 향해 공을 뿌렸다. 이때 김상수의 송구가 1루수 미트를 외면하는 악송구로 이어졌고, 2루 주자 김재환이 홈을 파고들며 1-1 동점이 됐다.
결국 이날 동국대 사이드암 선·후배 간의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은 모두 노 디시전으로 매듭지어졌다. 하지만 최원준과 고영표 모두 동국대 '대선배' 이강철 감독의 뒤를 이을 사이드암 투수로서 수준급의 투구를 선보인 것은 분명했다.
[두산 베어스 최원준, KT 위즈 고영표.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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