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 역사를 뒤흔들었다. 판이 흔들렸다.
KIA의 29일 잠실 LG전 승리의 핵심 포인트는 역시 5-3으로 앞선 9회초 2사 만루, 한승택 타석에서 나온 삼중도루다. KBO 통산 7번째. 2014년 LG에 이어 무려 9년만에 나온 진기록. KIA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핵심 중의 핵심은 3루 주자 김규성의 홈 스틸이었다. 좌완 함덕주와 포수 박동원이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아무래도 왼손투수는 3루 주자 견제가 쉽지 않다. 김규성은 야금야금 리드 폭을 넓히더니, 볼카운트 1B2S서 함덕주의 4구 125km 패스트볼이 들어가기도 전에 득달 같이 홈을 파고 들었다. 투구가 김규성의 몸에 맞으면서, 포수 박동원이 미처 대처할 수조차 없었다. LG가 사실상 눈 뜨고 당했다.
김규성의 홈 스틸은 미리 조재영 3루 코치 및 벤치와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김규성은 발이 빠르고, 김종국 감독도 공격적인 주루를 장려하는 지도자다. 그렇다고 해도 홈 스틸은 리스크가 큰 작전이다. 배터리가 간파하면 2루나 3루 도루보다 아웃될 확률이 크다. 그런 점에서 LG 배터리, 내야진을 완벽히 속인 게 의미 있었다. 5-3서 6-3으로 도망가면서, 사실상 LG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끊었다.
김규성의 홈 스틸은 그 자체로 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 KIA는 시즌 첫 4연승에 성공하며 공동 5위로 치고 올라왔다. 중위권 판도를 흔들었다. 그리고 김규성은 26일 광주 NC전서 결정적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이번주에만 홈런과 홈 스틸로 팀에 2승을 안긴 것이나 다름없다.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게 우연이 아니라는 걸 입증한다. 1군에서도 조금씩 자신의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본래 발 빠르고 멀티 포지션이 가능하다. 단순히 박찬호의 손목 통증에 의한 공백을 메우는 걸 넘어서서, 기존 내야수들에게 건전한 긴장감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
김종국 감독이 움직이면서 성과를 내는 것도 의미 있다. 김 감독은 4월 중순 타선 침체로 팀이 가라앉자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흔드는 등 달라진 모습이다. 본래 고정라인업을 선호하고, 되도록 경기 개입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나 28~29일 잠실 LG전서는 김 감독의 적절한 경기개입이 KIA의 4연승으로 이어졌다. 28일 8회 동점 솔로포는 다름 아닌 대타 이우성이 만들어냈다. 29일 김규성의 홈 스틸도 본인의 센스와 함께 벤치워크의 힘이 반영됐다. 7회 무사 만루서 올해 구위가 부쩍 좋아진 최지민을 투입한 승부수도 통했다.
한 남자가 틀을 깼고, 팀과 리그의 판이 흔들렸다. 매 경기 전력의 코어들이 잘 하길 바라긴 어렵다. 그런 점에서 최근 4연승은 내실이 상당했다. 이제 4월의 마지막 경기서 시즌 첫 5연승과 함께 LG를 상대로 원정에서 스윕 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KIA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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