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LG가 가야 할 방향이다.”
LG 염경엽 감독은 시범경기부터 꾸준히 뛰는 야구, 특히 도루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단순히 도루를 통해 한 베이스를 더 가서 득점력을 높이는 것에만 의미를 두지 않는다. 도루를 많이 시도한다는 인식을 상대에 주면서 얻는 부수적 효과, 나아가 리그에 미치는 영향까지 계산한다.
LG의 4월 도루성공률은 60.9%로 리그 최하위다. 도루 개수는 39개로 압도적 1위. 이러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지난달 30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괜찮다. 문제없다. 도루를 하다 죽어서 진 경기는 없었다. 도루를 해서 이긴 경기는 많았다”라고 했다.
LG 내부적으로는, 누구나 도루를 자꾸 시도해서 아웃도 당해보면서, 데이터가 쌓이고 개선점을 찾는 작업을 이어가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 도루성공률이 개선되고, 득점력은 극대화된다고 믿는다. 개막은 이제 1달 지났다. LG는 4월 마지막 3연전서 KIA에 스윕패했지만, 여전히 3위다.
염 감독은 도루의 부수적 효과도 수 차례 설명했다. 예를 들면 자꾸 뛴다는 인식을 주니 투수가 슬라이드스텝에 신경을 더 쓰게 되고, 타자에 대한 볼배합이 단순해진다. 수비수가 베이스에 붙어야 하니 수비범위는 좁아지고, 타자에겐 좌우중간의 공간이 넓어진다. LG를 상대한 팀이 그 다음 일정에서도 데미지를 받는다고 봤다.
실제 염 감독은 “투수들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바깥쪽으로만 넣는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바깥쪽으로 가고, 유리한 볼카운트에도 타자에게 볼 하나를 쉽게 던지지 못한다”라고 했다. LG 타선의 생산력이 높은 건, 이런 측면에서 얻은 이득도 있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염 감독은 사고를 확장했다. “다른 팀에 영향을 주고 싶다. 리그가 우리 팀으로 인해 바뀌면, 우리가 리딩 구단이 되는 것이다. 치고 던지고 받는 것만 야구가 아니다. 아구에 스토리가 많아져야 한다. 팬들끼리도 더 논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야구를 하지 않으면 밋밋해진다”라고 했다.
과거 2000년대 후반 SK와 두산이 발야구로 KBO리그를 뒤흔들었던 것처럼, LG는 염경엽 감독과 함께 좀 더 입체적인 발야구로 차별화를 삼고, 경쟁력을 높이면서, 나아가 리그에 새 지평을 열려고 한다. 야구를 풍성하게 하는 스토리텔링이라고도 본다.
부작용은 있다. 올 시즌 LG는 연장포함 평균 3시간28분간 야구를 한다. 메이저리그는 소비자의 지루함을 경계하기 위해 피치클락을 도입하면서 2시간30분대를 목표로 뛰는 실정이다. 뛰는야구가 오히려 경기시간이 길어지는 원인이 된 건 사실이다.
이밖에 도루와 공격적 주루는 부상 위험, 체력 관리 등에도 충분히 신경 써야 가능한 일이다. 염 감독은 백업 활용 혹은 더블포지션 등으로 휴식시간을 부여하면 큰 문제없다는 생각이다. 경기 전 훈련시간도 철저히 조절하는 스타일이다.
염 감독은 “까다롭고 공격적인 것이 LG가 가야 할 방향이다. 안 좋은 점을 생각해서 도루를 줄이면, 옛날야구로 돌아가는 것이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잠그면 야구가 밋밋해진다. 코칭스태프에도 뛰다가 죽어도 잘못했다고 하기보다 칭찬한다. 궁극적으로는 도루실패를 줄여야 한다”라고 했다.
[염경엽 감독(위), LG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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