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3949일 만의 단독 1위, 4705일 만의 8연승.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이 원동력이 됐을까.
롯데는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2차전 홈 맞대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이 승리는 롯데 입장에서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롯데는 지난 20일 KIA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NC 다이노스와 3연전, 한화 이글스와 2연전, 키움 히어로즈와 2연전까지 모두 쓸어 담으며 8연승을 내달렸다. 롯데의 가장 최근 8연승은 지난 2010년 6월 12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무려 13년, 4705일 만의 8연승이었다.
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롯데는 30일 승리로 1위에 랭크돼 있던 SSG 랜더스를 끌어내리고 정규시즌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이는 이는 2012년 7월 7일 이후 무려 3949일 만이었다. 게다가 4월을 1위로 마친 것 또한 2012시즌 이후 12년 만의 경사였다.
2017시즌 이후 단 한 번도 가을무대를 밟지 못했던 롯데는 2022시즌을 8위로 마친 뒤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롯데는 구단 '최초'로 박세웅과 5년 총액 90억원의 비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으며 내부 단속에 나섰고, 이후 포수 유강남과 4년 총액 80억원, 노진혁과 4년 총액 50억원 계약을 통해 줄곧 '약점'으로 꼽혀왔던 센터라인을 보강했다. 게다가 한현희까지 품에 안았다.
눈에 띄는 보강을 이뤄냈지만, 롯데의 4월 초반 성적은 아쉬웠다. 두산 베어스와 개막 시리즈에서 1승 1패, SSG 랜더스에게는 1패, KT 위즈에게 1승 2패를 당하며 좋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LG 트윈스를 상대로 2승 1패 첫 '위닝시리즈'를 거뒀으나, 삼성 라이온즈에게 다시 '루징시리즈'를 당했다. 그러나 KIA전을 시작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하더니 8연승을 질주하게 됐다.
롯데가 8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물론 필요할 때 점수를 뽑아주는 타선, 막아야 할 때 막아주는 투수들까지 고른 활약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것은 단연 불펜 투수들이었다.
롯데는 4월 내내 나균안을 제외한 댄 스트레일리, 찰리 반즈, 박세웅, 한현희의 선발 투수들이 제 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팀 선발 평균자책점은 5.03으로 리그 10위. 8연승을 달리는 기간 동안 선발 투수들이 소화한 이닝은 39⅔이닝으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반면 8연승을 질주하는 동안 롯데 불펜 투수들은 무려 33⅓이닝을 소화했다. 선발진 투수들의 39⅔이닝을 고려해볼 때 경기 절반에 가까운 이닝을 불펜 투수들이 막아낸 것. 이 기간 동안 불펜 평균자책점은 0.81(1위)에 불과했다. 선발 투수들의 아쉬움을 불펜 투수들이 완벽하게 메워준 것이다.
'마무리' 김원중은 롯데 불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6경기에 나서 1승 4세이브, 부진을 털어내고 1군 무대로 복귀한 최준용도 4경기에서 2홀드, '믿을맨' 구승민도 5경기 4홀드 1세이브를 마크했다. 그리고 '특급유망주' 김진욱이 5경기에서 1승 2홀드를 기록했는데, 8연승 기간 동안 던진 7⅔이닝은 10개 구단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적생'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베테랑' 김상수가 6경기를 실점 없이 막아내는 등 1승 2홀드 1세이브, 신정락(1경기 1승), 윤명준(3경기 2홀드)까지 7명의 선수가 실점 없는 무결점의 투구를 펼쳤다. 점수를 내준 것은 '루키' 최이준(3경기 2⅓이닝 3실점)이 유일했다.
아쉬웠던 팀 성적과 높은 평균자책점으로 인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롯데 불펜은 4월 내내 많은 부담 속에 제 몫을 해왔었다. 4월 선발진의 이닝 소화 능력이 리그 9위(112⅔이닝)에 불과했던 까닭. 선발 투수가 소화하지 못한 이닝의 부담이 불펜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었다. 하지만 불펜 투수들이 힘겨운 시기를 잘 버텨준 결과 타선의 활약과 맞물리는 상승세를 타며 단독 1위로 4월을 마치게 됐다.
'철벽 불펜'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단독 1위. 이제는 선발진이 힘을 내주며 불펜의 부담감을 덜어줘야 할 때다.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 구승민, 김진욱, 최준용, 김상수, 윤명준, 신정락.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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