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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69마일(111km) 커브에 72.1마일(116km) 스위퍼까지. 160km 패스트볼이 ‘미사일 전쟁’을 펼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느림의 미학’이 있다.
크리스 배싯(34, 토론토 블루제이스)은 1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2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4볼넷 4실점했다.
결과만 보면 좋다고 볼 수 없지만, 1회 그랜드슬램을 맞은 뒤에는 5회까지 나름대로 잘 끌고 갔다. 현지 기준 4월 6경기서 3승2패 평균자책점 5.18. 3년 6300만달러(약 844억원)에 영입한 걸 감안하면 나쁘다고 볼 수 없는 행보다.
토론토가 2022-2023 FA 시장에서 배싯을 영입한 건 선발진 후미를 맡아줄 투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믿었던 일부 선발투수들의 2022시즌 부진, 류현진의 올해 전반기 공백기 등을 감안할 때, 배싯은 필요한 존재였다.
3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공식 데뷔전서 3⅓이닝 10피안타(4피홈런) 9실점으로 부진하긴 했다. 다만, 이 기록을 뺀 5경기 성적은 29⅔이닝 10자책, 3승1패 평균자책점 3.03으로 준수하다. 오히려 배싯은 160km 미사일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다.
2014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시작으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2022시즌 뉴욕 메츠에 이르기까지 간혹 느린 공을 던졌다. 패스트볼이 많이 나와야 93~4마일 수준이고, 평균 90마일대 초반이다. 배싯은 이 공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변화구를 더 느리게 던져 구속 차로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뺏는다. 정교한 커맨드, 제구는 필수.
이날도 그랬다. 1회 에우제니오 수아레즈에게 5구에 스위퍼를 구사했는데, 구속이 무려 72.1마일(116km)였다. 메이저리그의 대세 스위퍼를 이렇게 느리게 구사한 투수가 있었을까. 과거에도 슬라이더를 느리게 구사했고, 스위퍼가 공식 표기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도 73~74마일 스위퍼를 구사했다. 커브는 69.6마일(112km)이었다.
심지어 2회 선두타자 샘 헤게티에겐 초구에 69마일(111km) 커브를 던졌다. 후속 콜튼 웡에게도 똑같이 69마일 커브를 구사했다. 시애틀 타자들이 미처 방망이를 내지 못하고 망부석이 됐다. 이러다 94마일 포심으로 3루 땅볼을 유도하는 개 배싯의 생존방식이다.
1회 2사까지 잘 잡고 제러드 캘러닉, 칼 놀리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에르난데스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몸에 맞는 공이 되면서 만루가 된 게 치명적이었다. 테일러 트람멜에게 체인지업을 잘 떨어뜨렸으나 우월 그랜드슬램을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이 한 방 이후 5회까지 순항하며 5이닝 4실점했다. 2~3회에 3점씩 지원을 받으면서 승리요건을 갖췄으나 불펜 난조로 노 디시전. 메이저리그에, 심지어 류현진의 토론토에 이런 투수도 있다. 류현진도 공 자체는 빠른 편이 아니기 때문에, 후반기에 복귀하면 토론토 선발진 후미가 흥미로워질 듯하다.
[배싯.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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