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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불현듯 지난해 악몽이 떠오른다. 사사키 로키(치바롯데 마린스)가 지난 5일 '노히트'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좋은 투구를 펴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물집' 때문이었다.
사사키는 지난 5일 일본 치바의 ZOZO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89구, 1볼넷 1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수의 모자가 벗겨지고 관중석에서는 비닐이 그라운드로 날아드는 초속 17m의 엄청난 강풍이 몰아치는 상황에서의 등판. 사사키는 1회 선두타자 나카무라 아키라와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으나, 야나기마치 타츠루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후 콘도 켄스케, 야나기타 유키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2회부터는 안정감이 넘쳤다. 사사키는 2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2회 첫 삼자범퇴를 마크했다. 그리고 3회에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카무라를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내보냈지만 특별한 위기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고, 4회 콘도-야나기타-쿠리하라를 모두 삼진 처리하며 위력적인 투구를 뽐냈다.
사사키는 5회에도 2개의 삼진을 포함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매조지며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강풍으로 인해 여건이 좋지 않았으나, 최고의 투구를 펼친 만큼 사사키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투구수가 89구로 많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사키는 더 이상 투구를 이어가지 않았다.
사사키가 투구를 이어가지 않았던 이유는 '물집' 때문이었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와 '주니치 스포츠' 등 현지 복수 언론에 따르면 요시이 마사토 감독은 "지난해와 비슷한 곳에 물집이 생겼다"며 "지난해에는 무리를 하는 바람에 한 달 정도를 쉬었던 것 같아서 일찍 마운드에서 내렸다"고 배경을 밝혔다.
사사키 입장에서 '물집'은 악몽과도 같다. 사사키는 지난해 초 오릭스 버팔로스를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는 등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시즌 초반부터 질주했다. 흐름이 지속됐다면, 생애 첫 10승은 물론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까지 손에 넣을 흐름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던 것은 지난해 7월 1일. 라쿠텐 골든이글스 다나카 마사히로와 맞붙어 4이닝 동안 10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등 압권의 투구를 이어가던 중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갔고, 이튿날 1군에서 말소됐다. 당시 사사키가 1군에서 말소됐던 이유는 물집 증세 때문이었다.
오른손 중지 물집으로 1군에서 말소된 사사키는 약 한 달이 지난 뒤인 8월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사사키는 복귀전에서 다시 라쿠텐과 맞붙은 결과 5⅓이닝 5실점(5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고,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이후 사사키는 체력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시즌 초반의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는 등 9승 4패 평균자책점 2.02로 시즌을 마쳤다.
일단 이번에는 물집 증세가 심각해지기 전에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다음 등판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요시이 감독은 "물집이 생긴 자리에 피부가 다시 자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단 3일 정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사사키 입장에서는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물집으로 인해 크게 고생했던 사사키가 이번에는 작년과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일본 WBC 대표팀 시절의 사사키 로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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