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좋은 기가 느껴진다"
롯데 자이언츠는 2022시즌이 끝난 뒤 예년과 조금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지금 당장의 성적을 바라보는 투자보다는 유망주 육성에 집중했었던 롯데는 모처럼 FA(자유선수계약) 시장에 뛰어들었고, '큰손'의 면모를 제대로 뽐냈다. 롯데는 포수 유강남과 4년 총액 80억원, 노진혁과 4년 50억원에 계약을 맺으며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센터라인'을 보강했다.
롯데의 움직임은 FA 시장에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어린 선수들이 뛸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베테랑 선수들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 잦았던 롯데는 KBO리그 통산 '112승'의 차우찬, '홀드왕' 출신의 김상수, 그리고 윤명준과 신정락까지 품에 안으며 투수진 뎁스를 두텁게 만들었다.
베테랑의 영입 효과는 시즌 초반부터 드러났다. 롯데는 시즌 시작과 동시에 이민석이 팔꿈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게 됐고, 지난해까지 '허리'를 담당했던 최준용이 없고, 김도규까지 부진을 겪는 가운데 뒷문을 믿고 맡길 선수가 많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여기서 베테랑들의 품격이 빛났다.
올해부터 새롭게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김상수와 윤명준, 신정락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사직 KIA 타이거즈전부터 이달 2일 광주 KIA전까지 롯데가 파죽의 9연승을 질주하는 동안 김상수는 7경기에 등판해 1승 2홀드 1세이브, 윤명준은 3경기 2홀드, 신정락은 1경기 1승을 기록하며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탰다.
윤명준과 신정락의 경우 지난 3일 경기에서 각각 구원 등판해 실점을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은 각각 6.43과 4.50으로 썩 좋지 않지만, 분명 전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상수의 경우 '홀드왕'에 올랐던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은 듯한 페이스. 그는 15경기에서 2승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0.79를 기록하며 롯데의 '필승조' 자리를 꿰찼다.
래리 서튼 감독은 6일 4월의 MVP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나균안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불펜 투수들도 나올 때마다 자신의 역할을 너무나 잘해줬다. 매일매일 새로운 베테랑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해주고, 또 다른 베테랑 선수들이 튀어나와주면서 한 달을 잘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들도 포함이 돼 있었다.
포수 유강남은 4월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불펜을 꼽았다. 그중에서도 김상수, 윤명준, 신정락까지 세 명의 베테랑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6일 만난 유강남은 "기존에 있던 (김)원중이나 (구)승민이 형은 원래 좋은 구종으로 좋은 구위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외에는 (윤)명준이 형과 (김)상수 형, (신)정락이 형까지 세 명이 선배들이 중간에서 정말 중요한 경기에서 잘 막아줬다. 상승세에는 베테랑 세 명의 형들의 활약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실 성적은 투수들이 모두 가져갔지만, 포수 유강남과의 호흡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투수들의 장점을 파악하고, 그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연구, 노력했던 결과. 하지만 유강남은 자신보다 오히려 베테랑들을 추켜세웠다. 그는 "정락이 형은 LG에 있을 때와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는데, 커브와 체인지업, 직구 제구력 등 다른 부분에서 안정감이 생겼다. 기존과 다른 스타일로 운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유강남은 "상수 형은 지금 평균자책점이 0점대다. 너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공을 받아봐도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좋은 구위를 보여주고 있다. 완성도가 높은 구종도 상당히 많다. 못 던지는 구종이 없을 정도"라며 "명준이 형이 최근 좋지 않았지만, 구위적인 측면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다. 세 명의 형들을 보면 마운드에서 '내가 해결해야겠다'는 간절함, 좋은 기가 느껴진다. 덕분에 나도 신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수와 윤명준, 신정락까지 베테랑 세 명의 활약이 시즌 끝까지 유지될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즌 초반 상승세에 큰 보탬이 됐고,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 김상수, 윤명준, 신정락.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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