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전광판이 커서 안 보려고 노력했어요"
허경민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3차전 원정 맞대결에 3루수,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두산 베어스 3연패 탈출의 선봉장에 섰다.
이날 허경민의 활약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허경민은 0-1로 뒤진 2회초 2사 주자 없는 첫 번째 타석에서 롯데 선발 댄 스트레일리의 2구째 몸 쪽 145km 직구를 힘껏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홈런을 쏘아 올리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가 종료된 후 "허경민의 홈런이 바로 나와 기세를 빼앗기지 않았다. 그 점이 주효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점수와 연결되지 않았지만, 허경민의 활약은 이어졌다. 허경민은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쳐 스트레일리에게 타율 0.353(17타수 6안타) OPS 0.829로 매우 강했던 면모를 과시했다. 그리고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방면에 내야 안타를 뽑아내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첫 타석에서 홈런, 두 번째 타석에서 2루타, 세 번째 타석에서 단타를 생산한 만큼 '힛 포 더 사이클'에는 3루타만 남아있었다. 하지만 허경민은 네 번째 타석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아쉽게 진기록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허경민은 팀의 연패를 끊어냈다는 점에서 활짝 웃었다.
허경민은 경기가 종료된 후 '3루타가 탐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욕심은 없었다. 작년에도 3루타가 없었다. 세 번째 타석에서 정말 행운이 따르는 안타가 나왔는데, 3루타보다는 팀 승리가 좋았다"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인지, 의식을 하지 않은 것인지를 묻자 "전광판이 커서 안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 야구할 날은 많기 때문에 다음에 그러한 찬스가 오면 노려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스트레일리를 상대로 친 통산 첫 번째 장타는 어땠을까. 허경민은 "사직 야구장이 넓어지고 높아졌기 때문에 맞는 순간 홈런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게 좋아질 신호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승리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 그리고 우리 팀이 이기는데 큰 행운이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9일 경기 전까지 팀 타율과 팀 득점권 타율이 모두 리그 9위에 랭크될 정도로 타선의 침체가 심각했다. 게다가 4월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양석환까지 침묵하기 시작하면서 이승엽 감독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허경민도 최근 3시즌 연속 4월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만큼 스타트가 좋았지만, 올 시즌의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허경민은 "준비도 열심히 했고, 잘하기 위해서 항상 노력한다. 그러나 야구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려고 한다. 깊게 빠지면 한도 끝도 없다. 야구는 5~6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반대로 그동안 좋지 않았던 달에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일단은 팀이 승리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경민은 "우리가 그동안 실점을 한 뒤따라가는 점수가 늦게 나와서 많이 힘든 경기를 했다. 내가 주장을 맡으면서 팀 승리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마음속으로 '언제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늘 하루만큼은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두산 베어스 허경민.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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