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우성 선수 죄송합니다.”
SPOTV 이대형 해설위원이 11일 KIA-SSG전을 중계하면서 KIA 우타 외야수 이우성(29)의 도루 시도를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센스 있는 주루를 바라보면서도 깜짝 놀라는 리액션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심지어 위와 같이 사과했다.
이우성은 이날 8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 4타수 1안타 2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9일 경기 수비에서 살짝 아쉬운 모습도 있었지만, 알고 보면 수비력이 처지는 편이 아니다. 여기에 11일 경기서는 의외의(?) 주루센스까지 과시했다.
이우성은 당당한 체구에 일발장타력이 최대강점이다. 사실 체구와 달리 거포로 크지는 못했다. 2013년에 두산에 입단한 뒤 통산홈런 13개에 불과하다. 그런데 수비와 주루가 기대 이상으로 깔끔하다는 내, 외부 평가가 나온다.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우전안타를 날렸다. 그리고 한승택 타석에서 곧바로 2루를 훔쳤다. 심지어 SSG 선발투수가 좌완 오원석이었다. 이우성은 오원석의 투구 폼을 어느 정도 읽고 과감하게 2루로 뛰어 세이프 됐다.
이대형 해설위원은 이를 두고 “겜블 도루, 모험 도루”라고 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이우성이 주자로 나가면 상대는 당연히 안 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왼손투수가 방심해서 오른 다리를 천천히 들고 투구하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라고 했다. 실제 오원석과 SSG 내야진은 딱히 의식하지 않은 듯했다.
심지어 이 위원은 “과감한 모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는데 이우성 선수 죄송합니다. 신경을 못 썼다”라고 했다. 이우성의 다음 타석이 돌아오자 “심지어 첫 도루가 아니었네요. 오늘 가장 놀란 포인트다. 앞으로 누상에 나가면 신경 쓰겠다”라고 했다.
이우성은 1군 통산 347경기서 도루 7개를 기록했다. 이쯤 되면 상대도, 해설위원도 신경을 안 쓰는 게 자연스럽다. 단지 이우성이 생각보다 발이 느리지 않아서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지난해 엄청난 슈퍼캐치에 이어, 도루에서도 매력을 뽐내며 ‘타격 원툴’이 아니라는 걸 각인시켰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현역 시절 통산 505도루, 슈퍼소닉으로 불린 이대형 위원은 2회 도루보다 7회말 원 히트-투 베이스에 더욱 놀랐다. 무사 1루서 희생번트를 시도했으나 너무 잘 맞아 타구 속도가 빨랐다. 결국 1루 대주자 김규성은 2루에서 아웃됐고 이우성 본인만 1루에서 살았다. 이 위원도 이 부분에 대해선 정확하게 지적했다. 번트의 세기, 방향이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감탄사를 쏟아냈다. 계속된 1사 1루서 대타 고종욱이 중전안타를 날리자 이우성의 주루센스가 폭발했다. 아주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중견수가 처리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이우성이 2루에 멈출 것으로 보였다.
아니었다. 이우성은 2루까지 비교적 천천히 들어간 뒤 SSG 중견수 최상민의 살짝 느슨한 대처를 보고 재빨리 3루까지 갔다. 최상민이 타구를 앞으로 나오면서 받지 않고 멈칫 한 뒤 약간 뒤로 물러나면서 잡은 것을 캐치, 가속도를 붙였다.
이대형 위원은 “현란합니다.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견수의 접근이 여유가 있었다. 물러서서 잡았는데, 이걸 보면서 스피드를 늦췄지만 늦춘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전력질주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스피드를 줄인 것 같아도 줄인 동작이 아니라 연결동작이었다. 타이밍을 맞추기 위한 동작이었다. 과감한 3루 대시가 좋았다”라고 했다.
이우성이 의도적으로 살짝 스피드를 줄인 걸 지켜본 중견수가 살짝 방심했다. 이우성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스피드를 올렸으니, 보통의 주루센스가 아니라는 칭찬이다. 현역 시절 주루전문가의 말이니, 간과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이우성은 까도 까도 매력이 계속 나오는, 양파남이다. 덩치만 보면 전형적인 공갈포 같은데 주루와 수비도 수준급이다. 사실 타격도 올해 정말 잘 한다. 19경기서 38타수 14안타 타율 0.368 2홈런 5타점 8득점이다. 최근 주춤한 이창진을 제치고, 외야 주전 한 자리를 은근슬쩍 꿰찼다. 시즌 전만 해도 좌우 대타로 여겨졌던 고종욱과 이우성이 양 코너 주전으로 나서는 경기도 늘어난다. 반전의 2023년이다.
[이우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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