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저게 정수빈이구나."
두산은 11일 부산 롯데전까지 32개의 실책으로 최다실책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이승엽 감독도 12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수비의 디테일을 끌어올리고, 반대로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의 말을 들었을까. 두산이 모처럼 수비로 1승을 건졌다.
5회가 시작이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2루수 이유찬이 날았다. KIA 포수 한승택이 날카로운 타구로 1,2간을 가르는 듯했다. 아니었다. 한승택이 기 막히에 몸을 날려 바운드를 맞췄다. 타구를 글러브에 넣자마자 일어나 1루에 송구, 깔끔하게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7회에는 베테랑 허경민이 몸을 날려 황대인의 타구를 아웃으로 변환했다.
하이라이트는 8회였다. 역시 ‘수비의 귀재’ 정수빈이었다. 7이닝 동안 KIA 타선을 압도한 김동주가 내려가고, 불펜을 가동한 상황. 그러나 대타 이창진이 선두타자로 나와 솔로포를 터트렸고, 박찬호가 볼넷으로 출루해 2루에 들어가는 등 두산으로선 긴장감이 고조된 시점이었다.
정수빈은 바로 여기서 빛났다. 1사 2루서 고종욱이 정철원의 포크볼을 공략했다. 타구는 스핀을 먹으며 가운데로 날아갔다. 7회 대수비로 투입된 정수빈이 날았다. 사실 초기 낙구지점 파악이 잘 된 것 같지 않았다. 자신 기준 우측으로 재빨리 이동, 몸을 날려 글러브에 타구를 넣었다. KIA가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으나 아웃.
경기를 중계한 SBS스포츠 김태형 해설위원은 “저는 자주 봤잖아요”라고 했다. 정수빈 특급수비를 두산 사령탑 시절 수년간 봤으니 놀랍지도 않다는 얘기였다. 이후 “두산 베어스다운 수비”라고 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KIA 벤치의 사기까지 꺾었다”라고 했다. 경기 후 만난 정수빈의 절친 허경민도 "저게 정수빈이구나 싶었다. 혼잣말로 감탄했다"라고 했다.
그 타구가 안타가 됐다면, 경기흐름 자체가 KIA로 넘어갈 가능성이 컸다. KIA가 소크라테스 브리토~최형우~김선빈 클린업트리오로 넘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 결과적으로 소크라테스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병헌을 상대로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후 두산은 8회말에 추가점을 올리며 승부를 갈랐다. 어쩌면 완승의 시작이 정수빈의 결정적 호수비였다. 이날 많은 호수비가 있었지만, 정수빈의 그 다이빙캐치가 경기흐름을 가져오는데 가장 결정적이었다.
[정수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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