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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양현종은 굉장히 외로울 거예요.”
KIA 대투수 양현종(35)에게 14일 잠실 두산전은 개인적으로 뜻깊은 경기였다. 이 경기서 승리투수가 되면 개인통산 162승으로 KBO 통산 최다승 단독 2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9일 광주 SSG전서 8이닝 6피안타 10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마침내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공동 2위에 올랐다.
마침 이날 두산전 중계를 정민철 해설위원이 맡아 화제가 됐다. 양현종이 승리투수가 되면, 정민철 위원으로선 후배가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는 걸 직접 중계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민철 해설위원도 기분이 묘했을 듯하다.
결과적으로 이날 양현종은 5⅓이닝 10피안타 5탈삼진 1사사구 4실점(2자책)으로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패전 위기서 타선의 도움으로 노 디시전. 이날 전까지 평균자책점 1.97로 굉장히 잘 나갔는데, 모처럼 주춤한 날이었다. 이런 날도 있다.
정민철 위원도 과거 한화 에이스로서, 양현종이 처한 숙명을 잘 안다. 그는 오프닝에서 “최근 페이스만 보면 저의 통산승수 순위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양현종의 최근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라고 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지금 최다승 2위는 머리속에 없을 것이다. 팀이 연패(당시 기준 4연패) 중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많은 이닝을 던지며 상대를 제압할 것인지, 그 생각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모든 에이스가 그렇지만, 양현종의 KIA를 향한 로열티, 책임감은 특히 대단하다. 승수, 평균자책점보다 이닝을 강조하는 것도 팀 퍼스트 마인드에서 기인한다. 5~6일만에 한 번 등판하는 에이스인데, 무조건 많은 이닝을 던져야 동료 불펜투수들이 최대한 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에이스가 나갈 때 팀이 이긴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동료들은 편안해진다.
그러나 이날 양현종도, KIA도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두산은 과감한 번트로 KIA 내야진을 흔들었다. KIA는 실책 3개가 나오면서 무너졌다. 정민철 위원은 “양현종이 굉장히 외로울 거예요. 마치 에이스의 능력을 시험하듯, 상황이 어렵게 가네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 2회 등판(닷새만에 등판)인데, 에너지 소비가 평소(엿새만에 등판할 때)보다 무조건 빠르다. 나도 영향이 있었다”라고 했다.
그래도 올 시즌 양현종은 매우 잘 하고 있다. 사실 지난 1~2년간 살짝 양현종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 패스트볼 구위가 더 좋아졌다는 평가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141.8km로 142.4km였던 작년보다 스피드는 조금 내려갔다.
체감하는 위력은 작년 이상이다. 승부처에 과감하게 패스트볼을 쓴다. 오프스피드 피치 활용의 대가이자, 흔히 말하는 ‘직체’를 가장 잘 쓰는 투수 중 한 명이지만, 양현종은 자신의 패스트볼을 믿고 밀어붙인다.
본인은 잘 나가는데, 팀은 중위권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틴다. 14일 두산전 패배로 5연패. 다시 투타 엇박자가 시작됐다. 사실 2회를 마칠 때 허리를 살짝 붙잡는 모습도 보였는데, 끝내 6회 1사까지 버텼다. 여러모로 양현종의 마음이 복잡했을 듯하다.
양현종에겐 자신의 162승보다 KIA의 1승이 소중하지 않을까. 그래도 야구 시계는 돌아가고 양현종은 곧 정민철 위원을 넘고 송진우(210승)를 겨낭할 것이다.
[양현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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