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군 못 올라가는 거 아냐?”
두산 좌완 최승용(22)은 올 시즌 선발과 중간을 오간다.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이 머리 부상 여파로 개막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파일이 복귀하면서 잠시 불펜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토종에이스 곽빈의 허리통증으로 다시 선발진에 포함됐다.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 그러나 최승용은 오히려 등판을 거듭할수록 경쟁력을 높인다. 호리호리한 몸매지만 신장이 190cm로 크다. 커맨드가 최상급은 아니다. 포수 양의지가 미트를 벌린 코스와 반대로 가는 경우도 있고,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 자체는 위력이 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작년과 똑 같은 142km. 작년에 비해 올 시즌 슬라이더 비율을 낮추고 커브와 스플리터 비율을 올렸다. 선발투수로서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있다.
결정적으로 다리에 변화를 주면서 구위가 좋아졌다는 평가다. 4월5일 잠실 NC전서 1⅔이닝 10피안타 2탈삼진 2볼넷 8실점으로 무너진 뒤 키킹 동작에 변화를 줬다. 오른 다리를 들어올린 뒤 잠시 멈췄다가 공을 던진다. 힘을 모으는 과정이 생겼다.
13일 잠실 KIA전을 중계한 SBS스포츠 이순철, 김태형 해설위원이 이 부분을 지적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지면 타이밍을 맞추기 쉬운 투수가 아니다.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가져가서 볼넷을 내주거나 얻어맞지만, 첫 경기를 완전히 망친 뒤 멈춤 동작이 생겼다. 공에 힘이 생겼다”라고 했다.
그날 최승용은 6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올 시즌 최고의 투구였다. 곽빈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김태형 해설위원은 “제구력이 좋은 편은 아닌데, 다리를 모아서 던지는 부분이 안정감이 있다”라고 했다.
올 시즌 8경기서 2승3패 평균자책점 5.45. 궁극적으로 제구, 커맨드에 좀 더 신경 쓸 필요는 있지만, 키킹 동작의 변화만으로도 상당히 업그레이드됐다. 곽빈은 최근 최승용에게 “나 1군 못 올라가는 것 아냐?”라고 했다. 그만큼 최승용이 잘 하고 있다는 의미의 농담이었다.
최승용은 “팀이 원하는 위치에서 던지는 게 맞다. 선발과 중간을 오간 건 활용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빈이 령이 본인이 1군에 못 올라오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그래도 빨리 나으면 좋겠다. 난 팀 상황에 따라 던지면 된다”라고 했다.
물론 최승용은 선발 욕심이 많다. 장기적으로도 두산은 토종 좌완 선발의 육성 필요성이 있다. 그는 “선발을 하고 싶지만, 불펜에서도 뛸 수 있다. 보직은 개의치 않는다. 양의지 선배님의 사인에 맞춰 적절히 던지면 된다. 킥 동작에서 다리를 멈추는데, 효과가 있다. 제구가 좋아졌다”라고 했다.
두산은 토종에이스 곽빈을 비롯해 최원준, 김동주가 확실히 선발진에 자리 잡았다. 최승용도 풀타임 선발로 키워볼 만한 자질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올 시즌 팀 성적과 별개로, 두산 마운드의 미래도 밝아 보인다. 흥미로운 투수들이다.
[최승용.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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