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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없으면 큰일 날 뻔 했다.
키움의 5선발은 결국 2022-2023 FA 마지막 계약자, 정찬헌(33)이 맡았다. 극적이다. 구단과 홍원기 감독이 바라본 시나리오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본래 구단은 정찬헌을 잡을 마음이 없었다. 젊은 우완투수들을 육성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구단은 마음을 두 번 바꿨다.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 시작을 전후로 사인&트레이드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끝내 정찬헌을 영입하겠다는 팀이 나오지 않자 결국 지난 3월27일 2년 8억6000만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시범경기 기간에 나온 FA 계약이었다.
심지어 정찬헌 에이전시에서 먼저 제시한 규모는 2년 4억5000만원이었다. 그러나 고형욱 단장이 오히려 “정찬헌 가치가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결국 구단이 2배 가깝게 가격을 올려 계약한 셈이었다. 일련의 과정을 돌아보면 구단이 선심을 쓴 듯하지만, 냉정하게 볼 때 지난 겨울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한 지방구단과의 접촉 및 계약설도 있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은 거래다.
결정적으로 정찬헌 활용법을 키움이 가장 잘 안다. 2021시즌 전반기를 마치고 서건창을 LG에 내주고 영입한 뒤 철저히 관리하며 기용해왔다. 불펜도 가능한 선수지만, 키움은 내부적으로 정찬헌을 선발로 쓰는 게 낫다고 봤다.
지난 3월 말 정찬헌 계약 직후에도 홍원기 감독에게 불펜 활용 의사를 넌지시 물었더니 역시 선발로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기준으로 5선발은 장재영이었지만, 감독은 장기레이스에서 플랜B~C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장재영은 또 한번 1군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잊혀가고 있다. 전임감독 시절 선발로 2년 정도 뛴 좌완 이승호도 부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결국 정찬헌이 2군에서 몸을 만드는 동안 누구도 5선발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그렇게 극적으로 정찬헌의 시간이 돌아왔다.
2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1.50. 5일 고척 SSG전서 6이닝 2피안타 3탈삼진 1실점, 11일 잠실 LG전서 6이닝 6피안타 2탈삼진 2사사구 1실점했다. 둘 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2승이 2패로 둔갑했다고 보면 된다.
평균 130km대 중반의 투심과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를 섞었다. ‘느리게 더 느리게’지만, 정확한 커맨드와 변화무쌍한 피치디자인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 스피드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투수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다. 이런 투수를 안 잡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올 시즌 신인포수 김동헌을 적극 중용하지만, 정찬헌 같은 타입은 경험 많은 이지영과의 호흡이 좋아 보인다.
정찬헌의 5선발 복귀로 정찬헌과 서건창의 트레이드 손익계산도 다시 시작한다. 서건창은 그를 가장 잘 아는 염경엽 감독과 재회했지만, 아직까지는 반전이 없다. 이런 상황서 정찬헌이 5선발로 시즌을 완주할 수 있다면, 드디어 이 빅딜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물론 정찬헌도 1년을 꾸준하게 버틸 수 있게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정찬헌.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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