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역시 이종범 주니어다.
키움 이정후(25)에게 4월은 악몽이었다. 지난 겨울부터 준비한 타격 매커닉 수정 작업을 ‘잠정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언젠가부터 2022년까지의 익숙한 매커닉으로 돌아갔다. 완전히 예전의 폼이라고 볼 수는 없어도, 더 이상 배트를 쥔 손이 가슴부근까지 내려온 모습, 두 다리를 닫은 모습을 볼 수 없다.
이정후가 변화를 시도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더 빠른 공을 더 강하게 치고 싶어서다. 1년 뒤 메이저리그에서 160km 패스트볼에 적응하려면, 미리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비 시즌 개인훈련 파트너이자 절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추천을 받아 함께 수정했다.
히팅포인트까지 빠르게 도달하면서, 공을 눌러주는 시간은 길어졌다. 더 빠른 공에 대응하고, 강한 타구, 장타를 더 치려면 이렇게 바꾸는 게 맞다. 그러나 이정후는 새로운 폼을 장착하는 과정에서 리듬이 맞지 않아 헛스윙 비율이 확연하게 늘어났다. 애버리지 관리가 되지 않았다. 4월11일 잠실 두산전이 끝나자 0.172까지 내려갔다. 심리적 압박, 스트레스가 찾아왔다.
KBO리그를 평정한 매커닉으로 돌아오자 특유의 컨택 능력이 되살아난다. 5월 들어 56타수 16안타 타율 0.286 5타점 6득점이다. 타율 0.218 3홈런 13타점에 그친 4월에 비해 애버리지는 많이 올라왔다. 16일 고척 두산전서 3안타를 몰아치며 시즌 타율 0.245.
여전히 이정후에게 어울리는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이정후가 얻은 것도 있다. 안 좋을 때 나름대로 극복하면서 회복하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당연히 이런 모습을 메이저리그 사람들도 지켜보고 있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수년 전부터 메이저리그 맛집이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16일 고척 키움-두산전에도 보스턴 레드삭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뉴욕 양키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샌프란시스코 시스코가 현장을 찾았다. 스카우트 혹은 국제계약 파트 관계자라고 봐야 한다.
예전의 타격 매커닉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꼭‘퇴보’는 아니다. 어차피 매커닉에는 정답이 없다. 장기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게 맞다고 해도 눈 앞의 승부를 위해 예전의 것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조정능력의 일환이다. 어쨌든 이정후는 현재, 올 시즌까지 키움의 간판타자다. 키움에서 좋은 생산력을 보여주고 키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정후는 KBO리그 슈퍼스타이기 이전에 팀 플레이어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람들이 이런 부분을 좋게 평가할 수도 있다. 어차피 기량 평가는 한참 전에 끝났다.
역시 단기간의 관심사는 이정후의 애버리지, 3할로 돌아가느냐 못 가느냐다. 16일 고척 두산전 3안타로 타율 0.245까지 올린 상황. 1주일 전(0.222)과 비교해 2푼3리 올라왔다. 타격이 수학공식처럼 정답이 있다면, 이번 달이라도 3할 복귀를 장담할 수 있다. 다만, 이정후 특유의 천재성을 믿어본다면 3할 회복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통산타율 0.338로 1위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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