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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은 8~9회를 김재웅과 임창민으로 생각한다.”
키움 홍원기 감독의 장점 중 하나는 전임 감독들의 좋은 용병술을 잘 흡수해 현재의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이다. 최근 KIA 단장직에서 불미스럽게 물러난 전임 감독은, 실질적 마무리 조상우를 경기 중반 승부처에 활용하는 불펜 운영을 즐겼다. 특히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가는데 꽤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야구에서 가장 좋은 불펜은 9회에 쓰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6~8회 승부처를 못 넘기면 9회도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홍원기 감독은 2021년 부임한 뒤 이 전략을 즐긴다. 작년 후반기에 불펜이 무너졌을 때 김재웅의 기용 시점을 계속 조정하면서,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활용한다. 마무리를 막상 7~8회에 기용해보니 9회가 허전하거나 다 잡은 승부를 놓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 감독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라는 자신의 유행어(?)를 또 한번 이때 사용한다. 이 말이 가장 잘 통용되는 케이스다. 현재도 마무리 김재웅을 9회에만 고집하지 않는다. 7~8회에 활용할 경우, 9회에는 주로 임창민이 나간다. 홍 감독은 16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지금은 8~9회를 김재웅과 임창민으로 생각한다”라고 했다.
큰 틀에서 보면, 키움 불펜은 작년 후반기부터 계속 좋지 않다. 홍 감독이 최고의 카드(김재웅) 기용 시점을 못 박지 못하는 현실적 이유다. 16일 경기서도 김재웅이 1점 뒤진 7회 2사 2,3루 위기에 나와 박계범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그러나 8~9회에 나온 사이드암 김동혁과 양현이 잇따라 실점하며 완패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키움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11로 리그 6위다. 블론세이브 6회로 최다 2위이며, 구원 WAR도 1.25로 6위다. 그나마 터프한 상황서 블론세이브가 없다는 걸 위안으로 삼을 수 있지만, 어쨌든 효율이 썩 좋지는 않다.
결국 15경기서 1승1패5세이브 평균자책점 3.55의 김재웅 외에, 확실한 셋업맨을 구축하는 게 숙제다. 작년 포스트시즌서 김동혁을 발견했다. 올 시즌 18경기서 4패5홀드 평균자책점 3.60. 실점도 하지만, 상대 흐름을 차단하기도 한다. 우완 김성진, 양현, 하영민, 이적생 임창민 등이 주로 기용된다. 필승조와 추격조의 구분이 뚜렷한 편은 아닌데, 그래도 이들이 우선 기용되는 건 사실이다.
여기에 필승조에 꼭 들어와야 할 투수가 FA 4년 25억원 계약을 체결한 베테랑 원종현이다. 4월1~2일 한화와의 개막 2연전 이후 굴곡근 부상으로 빠진 상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회복했고, 2군에서 실전에 돌입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게 홍원기 감독의 설명. 경험이 풍부한 원종현은 김재웅, 임창민과 8~9회 역할을 수시로 바꿔가며 안정적인 투구를 할 수 있는 적임자다.
즉, 원종현이 정상가동 된 뒤, 올 시즌 불펜의 힘을 최종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7~9회 역할을 고정하는 게 불펜투수 개개인의 에너지 분배 및 관리 차원에서 이상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답은 이기는 것일 뿐이고, 키움도 수시로 개개인의 세부 활용법이 바뀔 전망이다.
[김재웅(위), 임창민(가운데), 원종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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