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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공덕동 박승환 기자] "조사 기회 있었다면, 걸러지거나 혐의가 벗겨지지 않았을까"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정금영 부장판사)은 31일 특수폭행과 강요, 공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영하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영하는 지난해 8월 13일 잠실 SSG 랜더스전을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선린인터넷고 시절 1년 후배인 A씨가 이영하의 학교폭력을 주장하며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를 한 까닭이다. 스포츠윤리센터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이영하의 학교폭력 사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영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기소를 결정했다. 당시 이영하의 법률대리인 김선웅 변호사는 "경찰 조사는 받았지만, 검찰은 피해자 조사만 했다"며 "7년짜리 공소시효가 있어서 급하게 진행된 것 같다. 이영하는 조사를 받지 않고 기소가 됐다"고 밝혔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는 이영하가 전기파리채에 손을 넣게 하거나 대만 전지훈련에서 라면을 갈취,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노래와 율동을 시키고, 자취방의 집안일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영하에게는 A씨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전기파리채와 관련된 특수폭행이 일어난 시기 이영하는 청소년국가대표 일정을 소화 중이었으며, 자취방건은 당시 해당 지역을 떠났음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증인과 증거가 존재했다.
검찰의 성급했던 움직임의 결과는 이영하의 '무죄'로 매듭지어졌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다른 야구부원들이 보는 가운데 괴롭힘을 당했다고 진술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인 증거나 다른 야구부원들의 진술에 배치되는 부분이 많다. 증거도 불충분해 해당 혐의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영하의 법률대리인 김선웅 변호사는 31일 선고공판이 끝난 뒤 상당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가장 안타까운 것은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사건 신고가 된 후 잘 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로 넘어왔고,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 단계에서 조사를 받을 기회가 있었다면, 상당 부분 걸러지거나 오히려 검찰 단계에서 혐의가 벗겨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조사 과정이 없었다"고 말 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김선웅 변호사는 "자신이 피해를 당했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조사 자료들을 보면 피해자가 배구에서 쌍둥이 자매의 사건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는 것이 있다. 다른 곳에서 이런 것이 나오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겠구나'라고 해서 휩쓸려 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이어 "학교폭력 등을 다룰 때 중화 장치, 피해 당사자들 간에 모여서 해결을 할 수 있는 기구들이 필요한 것 같다. 단순히 폭로전으로만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이영하 선수도 1년 가까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분도 아픈 기억들을 치유할 기회가 필요하다. 이영하 선수와 관계는 없었지만, 학교 스포츠 구조에서 희생당한 사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하는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일단 학교폭력 의혹에서는 벗어났다. 두산 베어스가 지난해 이영하가 받지 못한 연봉 또한 보전을 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금전적 손실도 최소화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커리어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 이는 함께 가해자로 지목됐던 김대현(LG 트윈스) 또한 마찬가지.
이영하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A씨를 상대로 '무고' 또는 '손해배상' 소송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이는 진행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이영하는 "피해자라고 하는 친구가 자기만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시 (투수조) 조장으로서 그런 부분을 케어해 주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때는 후배였고, 지금은 이렇게 됐지만 좋은 동생이었기 때문에 딱히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기회로 많은 것을 느낀 이영하다. 그는 "학교 폭력 이슈들이 많았다. 내가 직접 겪고 있지만,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 정말 없어져야 한다. 일방적인 폭력은 없어져야 한다. 이런 일들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일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영하는 "믿어주신 동료들에게 고맙다. 이런 일이 있으면 편견을 갖고 볼 수밖에 없는데, 편견 없이 믿어주셔서 힘이 됐다"며 "그동안 몸을 잘 만들었다. 내가 없는 기간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투수진에 도움이 되고 싶다. 팀이 불러주시면 언제든 힘 보탤 수 있도록 열심히 운동하면서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 베어스 이영하.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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