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간직할게요', 홈런 배트부터 챙긴 타자...무슨 사연이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수원 유진형 기자] 내가 홈런을 쳤다고요?

두산 베어스는 2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10-1 대승을 거뒀다. 특히 양의지, 양석환, 이유찬이 홈런포를 가동하며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유찬의 홈런은 좀 특별했다. 양의지, 양석환과는 달리 그는 홈을 밟으면서 자신의 홈런 배트를 소중히 챙겼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을 때도 배트를 놓치지 않았다.

이유찬이 이날 경기에서 3점 홈런을 포함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10-1 대승에 힘을 보탰다. 6-0으로 앞선 8회초 1사 2.3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유찬은 KT 이채호의 120km 커브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지체없이 배트를 돌렸고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 스리런 홈런이 됐다.

이유찬의 홈런을 본 두산 동료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 당황했다. 이유찬은 지난 2017년 북일고를 거쳐 2차 5라운드 50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이후 프로통산 단 한 개의 홈런만을 기록한 타자였다. 파워보다는 빠른 발로 상대를 괴롭히는 스타일의 타자다. 그런데 그런 그가 비거리 115m 대형 홈런을 기록한 것이었다.

이유찬이 당당히 그라운드를 돌고 홈을 밟자, 고영민 코치는 홈런을 친 배트를 이유찬에게 건네며 잘 간직하라는 말과 함께 축하했다. 이유찬도 홈런 배트를 손에 꼭 쥐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더그아웃에서 이승엽 감독을 비롯해 동료들의 거친 축하를 받으면서도 배트를 놓지 않았다.

시즌 1호 홈런이자 통산 2호 홈런을 기록한 이유찬은 지난해까지 내야 멀티 백업 자원이었다. 시범경기 때까지만 해도 그는 제3의 유격수 자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당히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이승엽 감독의 사랑을 받으며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자 최근 성적도 좋아졌다. 지난달 월간 타율 0.313(67타수 21안타)를 기록했고 멀티히트도 7차례나 만들어 냈다.

올 시즌 기회를 잡은 이유찬은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지고 있다. 이승엽 감독도 "시즌 초반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계속 출전하다 보면 더 잘할 것 같다"라며 이유찬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시즌 1호, 통산 2호 홈런을 기록한 뒤 홈런 배트를 챙긴 두산 이유찬. 사진 = 수원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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