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의 화려함에 눈멀지 않는다면 [MD칼럼]

[강다윤의 카페인]

화려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외면부터 내면까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어느 것 하나 반짝이지 않는 게 없다. 조금 놓치거나 버릴 부분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피로하지 않다. 시선을 떼지 못하고 마냥 홀릴 뿐이다. '구미호뎐1938'의 김소연 이야기다.

tvN '구미호뎐1938'은 1938년 혼돈의 시대에 불시착한 전직 백두대간 산신, 구미호 이연(이동욱)이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 현대로 돌아가기 위해 펼치는 K-판타지 액션 활극이다. 김소연은 이연, 천무영(류경수)과 어린 시절을 함께한 '산신즈'의 류홍주 역을 맡았다.

류홍주에게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패션이다. 첫 등장부터 섬세한 레이스로 웨딩드레스를 연상케 하는 순백의 드레스였다. 이후로도 검정, 빨강, 파랑 등 눈에 띄는 의상이 주를 이뤘다. 항상 크고 볼드한 액세서리를 매치했고 모자와 양산 역시 화려했다. 여기에 붉은 레드립은 그 포인트.

이를 보자면 '펜트하우스' 천서진이, 좀 더 거슬러 올라가 '검사 프린세스'의 마혜리가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자. 롤러코스터처럼 자극적인 전개에서도 유독 아찔했던 천서진과, 다소 철없고 러블리하지만 당찼던 마혜리를.

류홍주는 제 몸만 한 크기의 대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강렬하고 호쾌한 액션을 선보인다. 그러나 이연에게 청혼하기 위해 드레스를 사고 머리를 하며, 품에 안기자 수줍어하는 것도 류홍주다. 경성의 모든 돈줄과 정보를 쥐고, 탐나는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하지만 아랫사람을 위해 저고리를 벗고 무릎을 꿇는 것 역시 류홍주다.

시즌1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인 데다 분량마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류홍주는 경성 최고급 요릿집 묘연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괴력을 지닌 전직 서쪽 산신으로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이연 앞에서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앙큼한 성격을 드러낸다. 여기에 천무영도 함께라면 어린 시절 우정을 그리워하는 여린 면모도 볼 수 있다.

이처럼 김소연은 능숙한 완급 조절로 매 회, 상황별 캐릭터의 다채로운 면모를 선보인다. 김소연의 변화무쌍한 연기가 류홍주를 빚어내고 그려내며 그 정체성을 완성한다.

특히 류홍주가 장산범이 만든 세상으로 끌려간 7화는 백미다. 김소연은 무려 네 가지의 류홍주를 연기한다. 장산범의 세상 속 톱스타 류홍주, 장산범이 둔갑한 류홍주, 장산범에게 조종당하는 류홍주, 장산범에게서 벗어난 진짜 류홍주. 놀랍게도 드라마를 보면서 이 류홍주들이 전혀 헷갈리지 않았다.

김소연은 주어진 대사와 상황을 완벽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드라마 속 드라마에서 꼭두각시처럼 같은 장면을 반복할 때, 분명 코믹했지만 김소연은 그 안에 기괴함을 더했다. 장산범에게 홀려 초점 없던 눈은 눈물이 고이더니 이내 빛을 되찾았다. 오직 표정과 눈빛만으로 생기를 표현하는 김소연의 연기가 탄성을 자아냈다.

류홍주는 분명 화려하다. 대검을 쓰는 여검사지만 예쁘게 치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냉철하게 자신이 가진 것을 이용할 줄 알지만 지키고 싶은 이를 위해 애쓰기도 한다. 그럼에도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이는 김소연의 힘이다. 캐릭터 해석의 성공이자, 연기를 통한 설득의 성공이다. 화려함에 눈멀지 않은 자, 그 너머 김소연을 볼 수 있다.

['구미호뎐1938' 류홍주 역을 맡은 배우 김소연. 사진 = tvN 제공]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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