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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많이 배우고 뺏어왔으면 좋겠다"
두산 베어스 장원준은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팀 간 시즌 7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투구수 88구,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2승째, 개인 통산 131번째 승리를 손에 넣었다.
지난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지명을 통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장원준은 2018시즌까지 무려 129승을 쌓아 올렸다. 성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중의 한 명이었다. 하지만 2018년 5월 5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장원준은 승리와 좀처럼 연이 닿지 않았다.
장원준은 부상과 부진 등으로 인해 2019시즌 6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고, 2020년에는 단 2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그리고 2021시즌 32경기, 2022년에는 27경기에 나섰으나, 모두 불펜 투수로만 마운드에 올랐다. 특히 구속이 떨어질 데로 떨어졌고, 전성기만큼의 구위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장원준의 주된 역할을 '원포인트'였다. 물론 승리와는 거리가 먼 보직이지만, 그런 상황이 마련되는 운조차 따르지 않았다.
최근 4시즌 동안 불펜으로 뛰면서 1승도 쌓지 못하던 장원준에게 올해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이승엽 감독이 새롭게 두산의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장원준을 다시 선발 투수로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장원준은 시범경기는 계투로 소솨했으나, 정규시즌이 개막하면서 2군으로 내려가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변화를 꾀했고, 4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한 끝에 1군의 부름을 받았다.
4년 동안 129승에서 멈췄던 숫자는 지난달 23일에서야 변화가 생겼다. 장원준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무려 985일 만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베테랑은 5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7개의 피안타를 내주는 등 4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불안한 투구를 펼쳤으나, 타선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1844일 만에 개인 통산 130번째 승리를 손에 넣었다.
'아홉수'를 극복한 장원준의 좋은 흐름은 이어졌다. 삼성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 이후 1군에서 곧바로 말소됐던 장원준은 회복의 시간을 가진 후 지난 6일 1군으로 복귀했고, 이번에는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5⅓이닝을 단 1실점(1자책)으로 막아내는 저력을 선보였다. 그 결과 장원준은 올 시즌 2승째를 개인 통산 131번째로 장식하며, KBO리그 역대 최다승 단독 10위로 올라섰다. 이제는 김원형 감독(134승, 다승 9위)의 기록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6일 경기에 앞서 이번주 대체 선발 투수로 나서는 선수들이 좋은 투구를 보일 경우 꾸준히 기회를 줄 뜻을 밝혔다. 그리고 사령탑은 이를 실행으로 옮겼다. 직전 등판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장원준을 1군에서 말소시키지 않았다.이승엽 감독은 7일 경기에 앞서 장원준의 투구에 대해 묻자 "좋았습니다"라고 말 문을 열며 "공의 움직임이 좋았다. 포심인지, 투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대 타자가 뒤로 물러나면서 피하는 것을 봤을 때 공에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기회를 줄 것이냐는 물음에 "(1군에서) 안 뺐지 않습니까"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첫 등판보다 분명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준 만큼 장원준은 다음주 다시 한번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통상적으로 화요일에 선발로 나선 투수는 일요일까지, 주 2회를 던지게 된다. 하지만 이번주 일요일(11일)은 '토종에이스' 곽빈이 부상을 털어내고 1군 마운드로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령탑은 "몸에 이상이 없으면 다음주 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베테랑이고, 최근 몇 년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돌지 않았다. 4일을 쉬고 들어가는 것이 조금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장원준이 최고의 피칭을 할 수 있도록 컨디션과 투구수를 관리하고, 날짜는 확실히 지켜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십수 년을 뛰며 131승을 쌓은 베테랑에게 어린 선수들이 많은 것을 배우기를 바라는 사령탑이다. 그는 "KBO리그 40여년 역사에 131승을 올린 선수다. 워낙 말수도 없고, 조용한 선수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 등 후배들이 보고 배우면서 '언젠가는 뛰어넘어야지'라는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최승용, 곽빈 등 어린 선수들이 노하우와 경험 등을 많이 배우고 뺏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때 은퇴 위기에 처했던 장원준. 우여곡절 속에 다시 잡은 선발 기회를 살려 과연 얼마만큼의 승리를 쌓을 수 있을까.
[두산 베어스 장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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