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엄마' 라미란 "실제 20세子엔 '좋은 엄마'…사망 엔딩? 최고의 결말"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박서연 기자] '나쁜엄마'를 연기한 배우 라미란이 실제론 '좋은 엄마'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8일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는 14회 최종회가 방송됐다. 시청률은 첫회 3.6%로 시작해 점차 호평을 얻더니 마지막회 12%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나쁜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영순과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

라미란은 극 중 최강호(이도현)의 엄마이자 행복한 돼지 농장 사장님 진영순 역을 맡았다. 진영순은 아들 강호를 판검사로 만들기 위해 독한 엄마가 됐지만, 강호가 사고를 당한 후 어린 아이가 돼버리자 비로소 아들을 몰아붙였던 자신이 잘못했음을 깨닫는 인물. 라미란은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을 깊은 감정 연기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했다. 제대로 '눈물 버튼' 활약한 라미란의 연기 내공에 시청자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최근 라미란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나쁜엄마'에 대한 인기를 실감한다며 "매일 (시청률) 검색하고, '나쁜엄마' 검색한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잘 보고 계신가 궁금하고 분위기를 보고 싶어서 매일 검색한다. 쓸데없는 것까지 다 찾아본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어 "주변에서 전화도 많이 하고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고 맨날 울었다고 문자 오더라. 다른 드라마 할 때보다 확실히 피드백이 많더라. 오래 연락 안하셨던 분들도 연락이 왔다"며 "공감을 많이 해주시더라. 같이 울다가 갑자기 웃긴 장면 나오면 어떡하냐고 하더라. 엄마로서 공감한다는 것도 많고 아들, 자녀 분들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한 거 아니냐. 강호 좀 그만 괴롭혀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라미란의 실제 아들과 남편은 '나쁜엄마'를 시청하지 않았단다. "저의 가족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저에게 관심이 없다. 본인들도 하는 일이 바쁘고 하니까.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듣는다더라. 그래서 '아 나도 봐야 되나' 하는데 안 봐도 된다고 했다"라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또 라미란은 가족들에 서운해 하지 않는다며 "편하고 좋다. 친한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다. 관심 안 가져주는 게 저는 더 편하더라. 남편도 안 보고 (주변) 얘기만 듣는다더라"라고 했다.

물론 강호를 위한다고 한 행동이었지만, 사실 영순은 처음엔 무척이나 '나쁜 엄마'였다. 실제 20살 아들을 둔 라미란은 어떤 엄마일까.

"저는 완전 좋은 엄마다. 아들에게 뭘 하라고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 근데 영순이의 입장은 또 달랐을 거다. 당시 시대가 주는, 사실 저희도 그런 주입식 교육을 받았지 않나. 지금과는 많이 다르고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싶지만, '저 엄마가 왜 저래' 이렇게 보이는 것들이 그 당시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제가 제 입장에서 영순을 보면 너무 안타깝지만, 강호가 일기에 썼던 것처럼 영순이 나쁜 엄마로 살 수밖에 없었던 걸 들었을 때 소름끼쳤다. 영순이 되게 부족하고 어떻게 보면 잘못된 선택으로 삶을 살아왔는데, 그걸 봐준 사람이 있었다니 놀라웠다. 근데 강호 잘 키웠지 않나. 애가 정신이 똑바르게 잘 키운 것 같다. (하하)"

더해 라미란은 "최대한 영순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면서 연기를 했지만, 실제 인간 라미란으로서 봤을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난 그렇게 안 할 거 같다. 제가 그런 상황이 안 되어 봐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모르겠다. 엄마가 어떻게 아이를 가이드 해줘야 할지 저도 배운 적이 없으니까"라며 "강호 밥그릇 뺏어갈 때 너무 한 거 아닌가 했다. '괜찮아. 이렇게 해야 해. 그래야 우리 아들 검사 돼' 하면서 찍었다. 근데 남편이 죽고 저라면 처음에 무너졌을 것 같다. 근데 영순도 몰랐지 않나. (남편이) 자살했다고 생각하고 왜 그랬을까 안타까운 마음이었지, 누군가 죽였을 거야 해서 복수를 할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에 강호한테도 '복수를 해야 해' 하는 것이 아니라 '힘 있는 사람이 되라',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라'는 마음으로 키웠다. 그런데 검사로 만드는 과정에서 너무 혹독하게 강호를 몰아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장(김원해)를 비롯해 정씨(강말금), 박씨(서이숙), 청년회장(장원영), 예진(기소유), 서진(박다온) 등이 사는 조우리 마을은 실제 있는 마을 같은 느낌을 주면서 힐링을 선사했다.

라미란 역시 조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애정이 갔다. "대본을 읽으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주변 인물들이 다 살아있는 거였다. 주변 인물들도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정씨나 박씨, 이장부인(박보경)조차도 다 나쁜 엄마의 범주 안에 든다고 본다. 우리의 이야기가 좀 더 많을 뿐이지 정씨는 미주, 박씨는 삼식이, 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라는 일관된 공통점이 있고 인물 하나하나가 너무 현실적이더라"라며 "리딩할 때도 시청자들은 조우리 마을 사람들을 사랑하게 될 거고, 계속 보고 싶어할 거라고 얘기를 했었다. 송우벽(최무성)이나 오태수(정웅인) 그쪽은 안됐다. 거의 다른 드라마 찍는 것처럼 찍었다고 하더라"

모자(母子) 호흡을 맞춘 이도현에 대해서는 "또래 배우들 중에 그 정도의 깊이를 표현하는 친구는 근래 들어서 처음 본 것 같다. 처음에 20대인지 몰랐다. 30대 초중반 정도 됐겠다 했다. 너무 아이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아저씨 같지도 않았다"며 "강호가 어려운 캐릭터다. 35살 검사도 해야 하고, 고등학생, 7살 아이 모습까지 해야 하는데 이도현 배우가 딱 떠오르더라. 만났는데 역시나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라미란은 "뭔가 가끔 주고 받지 못하고 연기하는 것 같은 친구들이 있는데, 도현이는 눈을 보고 연기를 다 받아치고 주고 받는 걸 하더라. 그래서 (이도현과) 연기하는 것 자체가 재밌고 신났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서로의 눈물 버튼이 됐다. 얘기하지 않아도 장난치다가 슛 들어가면 몰입이 됐다. 되게 좋았다"며 "좋은 배우다. 어떠한 게 좋다기보다 그런 감흥을 주는 배우는 많지 않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난히 감정신이 많았던 '나쁜엄마'다. 라미란 역시 감정 조절이 힘들었다고.

"(이번 작품에서) 딱 하나 힘든 게 있었는데, 감정적으로 가는 신들이 많았다. 사실 훨씬 많았는데 많이 줄인 거다. 계속 울고 또 울면 너무 지치고 보는 사람도 지치고 감동으로 오지 않을 거 같았다. 정말 눈물이 나는데 그걸 누르고 환기 시키고 다시 (연기)하고 웃고 했다. 감독님과 상의해서 나름대로 많이 조절을 했다. 도현이도 엄마한테 입양 동의서 받으러 왔을 때 막 울더라. '도현아 울지 말고 한번 가볼까' 했다. 근데 몇 번을 가도 울어서 몇 번을 더 하고 난 다음에야 '밥이요?' 했다. '진정하자. 지금 울 때가 아니다' 이러면서 서로 많이 조절했다"

진영순의 인생은 참 기구하다. 부모님, 남동생은 교통사고로 죽고 남편은 자살로 위장된 채 살해당했다. 아들 강호는 전신마비에 기억상실, 본인은 위암 말기 시한부 판정에 구제역, 돼지농장 화재로 돼지도 잃었다.

"살면서 다양한 순간들을 맞이하지 않나. 영순에게 가혹할 만큼 힘든 일들이 많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힘든 일이 있는 만큼 거기서 얻어지는 반전의 행복 같은 게 큰 것 같다. 강호가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깨어나고 밥을 먹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오는 벅참을 못 느꼈을 것 같다. 계속 닦달했을 거다. 뒤늦게나마 깨닫고 배우고 '이 상황이 너무 힘들다'가 아니라 이걸 어떻게 행복으로 전환을 해나가는 그 순간순간들이 되게 감동스러웠다. 그래서 행복했다"

계속된 비극에 영순이 위암 말기라는 설정은 더없이 가혹하다는 반응이 있었다.

이에 라미란은 "어떤 사람들은 '클리셰다', '한국 드라마 맨날 암이냐' 얘기하는데, 실제로 요즘에 (암환자들이) 정말 많더라. 어떻게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 일련의 사건들이 있을 수 있는데 너무 많고 가혹하고, 영순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하신다. 저는 이걸 드라마로서 본다면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최악의 상황 속 영순이 강호를 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장면에 대해선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했다.

그는 "여러분들은 정말 순한 맛을 보신 거다. (영순이) 목을 매달고 강호가 오지 않나. '엄마' 하면서 문을 딱 열면 '가! 가!' 하는 게 방송에 나오더라. 얼굴도 다 찍고 표정도 다 찍었다. 근데 방송 나가기 전에 너무 그럴 거 같다고 해서 많이 매달려있다 정도로만 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하며 "그런 마음을 먹었다는 것 자체로 사실 못난 짓이었다. 강호를 그 후에 만나고 나서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영순의 행동에 씁쓸함을 털어놨다.

위암 말기였던 진영순은 끝내 아들 강호가 불러주는 자장가를 듣다 영원히 잠든다. 장례식장에서 생전 영순이 시켰던 '아이고 아이고'를 외치던 강호는 영순이 늘 불렀던 '나는 행복합니다'를 조우리 마을 사람들과 함께 부른다.

라미란은 이같은 영순의 결말에 만족했다. "최고의 결말이지 않을까. 영순이 아프다는 게 나오고 '제발 살려달라', '죽이지 마라'고 얘기들 많이 하시는데, 살아있다는 것만이 해피엔딩은 아니니까. 어떤 결말로 마지막을 맞이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저는 되게 만족하고, 그렇지 않은 결말이었으면 '판타지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고 생각을 전했다.

'나쁜엄마'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라미란은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최근에 코미디를 많이 했는데, 그런 것도 쇄신시켜주고 배우로서 '이런 모습도 있구나'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면서 "'응답하라 1988' 같은 경우에는 위트있고 유머러스한 게 많았다면, 이번엔 그런 걸 많이 없애고 진지하게 다가갔다.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49살인 라미란에게 남은 40대를 어떻게 채우고 싶냐고 물었다.

"크게 나이에 의미를 두지 않아요. 아직도 38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확실히 느낀 건 있어요. 체력이 옛날 같지 않구나, 이제 진짜 운동을 해야하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근데 계속 일을 할 거 같아요. 계속 불러주시면,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면 힘 닿는 데까지 작업을 하지 않을까요. 저는 너무 재밌어요. 정말 좋은 일이에요. 저처럼 싫증을 금방 느끼는 사람에겐 작품에서 매번 바꿔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는 게 딱 맞춤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웃음)"

[사진 = 씨제스스튜디오 제공]

박서연 기자 lichts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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