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놓쳐도 실신여성 곁 지켰다…9호선 청록티 남성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종합운동장역에서 쓰러진 여성이 팔과 옷에 묻은 먼지를 살펴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한 여성이 출근길 서울 9호선 지하철역에서 호흡 곤란으로 쓰러졌는데, 그 자리에 있던 생면부지의 남성이 한동안 쓰러진 여성 곁을 지켰다는 미담이 소개됐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직장인 A씨는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오늘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도와주신 분들을 찾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따르면 A씨는 7일 오전 9시 20분쯤 서울 송파구 종합운동장역을 지나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던 중, 돌연 호흡 곤란 증세를 느꼈다.

A씨는 객실 바닥에 쭈그려 앉아 호흡을 가다듬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하차를 위해 일어선 순간 A씨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그대로 5~7분을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눈을 떠 보니 A씨는 스크린도어 바로 앞에 있었고, 주변인들은 A씨를 흔들어 깨우거나 119 구급대와 역무원을 호출했다고 한다.

A씨를 도운 남성 B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특히 B씨는 A씨 머리에 자신의 백팩을 받치고선 A씨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옆을 지켰다고 한다. 열차 몇 대는 그냥 흘려보냈을 법한 시간이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지하철 몇 개를 놓쳐가면서까지 끝까지 옆에서 도와주셨던 젊은 남성을 찾고 싶다”며 “기억나는 인상착의는 청록색 반소매 티셔츠에 백팩을 멨고 에어팟을 끼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당시에는) 너무 경황이 없고 몸을 가눌 수가 없어서 멀리 앉아서 인사만 드렸다. 덕분에 구급차 타고 응급실에서 모든 검사 받고 퇴원했다”고 했다.

A씨는 병원에서 미주신경성 실신(급격히 낮아진 혈압 때문에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여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것)을 진단받았다며 “출근길이라 시간도 없으셨을 텐데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꼭 인사드리고 싶다. 이 글 보시면 모두 연락 달라”고 했다.

A씨는 또 댓글을 통해 “손이 너무 저렸는데, 더러워진 손을 계속 주물러주신 중년의 여성분께도 너무 감사하다”고 적었다.

A씨 팔과 옷에는 지하철 고무 패킹에서 묻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시커먼 먼지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A씨는 실신하기 직전 상황은 정확히 떠올리지 못했다.

다만 머리를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미뤄볼 때 바닥에 쓰러지는 과정에서 열차 문이나 스크린도어가 완충 작용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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