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한국의 10번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매우 훌륭한 선수다."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이끌고 결승 진출에 성공한 카르미네 눈치아타 감독은 9일(한국 시각) 한국과 경기에서 2-1로 승리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에이스' 배준호(20·대전)를 칭찬했다. 이례적으로 상대 선수에게 높은 평가를 내렸다.
눈치아타 감독도 배준호의 위력을 경기 전에 이미 눈치챘다. 에콰도르와 16강전, 나이지리아와 8강전 맹활약을 유심히 지켜봤다. 하지만 그의 생각보다 한국의 '에이스'는 더 대단했다.
배준호는 왼쪽 측면 공격 공간을 기본으로 놀라운 드리블과 돌파를 계속 선보였다. 전반 18분에는 페널킥을 얻어내 동점에 디딤돌을 놓았다. 결국 눈치아타 감독은 후반 22분 배준호에게 경기 내내 고전한 마티아 자노티를 빼고 지아코모 파티칸티를 투입했다.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아직 어린 선수라 직접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기량과 플레이 스타일, 경기 지배력은 '판타지스타' 안정환과 많이 닮아 있다. '포스트 안정환'으로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배준호는 유연한 터치와 턴이 기술을 갖추고 있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공간 이해력이 뛰어나다. 안정환이 흔히 말하는 '안느 턴'으로 수비수들을 곤란에 빠뜨렸던 것처럼 특유의 '터치+턴' 동작으로 기회를 창출한다. 특히, 다리 사이로 공을 빼면서 공간을 만드는 데 능하다. 부단한 연습으로 감각을 끌어올린 게 확실히 엿보인다. 에콰도르와 16강전(한국 3-2 승리) 환상골이 이 부분을 확실히 증명한다.
패스와 드리블, 그리고 경기 지배력 부분에서도 안정환을 닮았다. 2선으로 처져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고 킬러 패스로 찬스를 연결할 줄 안다. 드리블로 수비수들을 몰고 다니며 팀 공격 에너지를 높이는 것도 같다. 단 한 번의 플레이로 경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 또한 비슷하다. 출중한 기술과 승부욕을 바탕으로 승부처에서 더 강인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침투력이다. 안정환이 공격수 포지션을 기본으로 하지만 측면과 후방으로 빠져 다양한 플레이를 한 것과 대조적으로 배준호는 페널티박스 안까지 깊숙이 침투해 기회를 만든다. 안정환이 중거리 슈팅을 곧잘 시도하는 것과 달리 골문 근처까지 가서 치명적인 공격력을 발휘한다.
이제 만 20살이다. 이번 대회 초반 부상과 부진이 겹쳐 마음고생을 했다. 토너먼트에서 살아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확실히 비슷한 나이대 선수들보다 한 수 위 기량을 선보이며 '김은중호 에이스'로 거듭났다. 이번 대회 최고의 별로 떠오른 배준호가 앞으로 '포스트 안정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준호(위). 안정환(아래).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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