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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22일 늦은 시간 배구 경기 결과에 주목했다. 우리나라 배구 대표팀이나 프로팀 경기가 아니다. 다름 아닌 일본 남자배구 대표팀 경기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 일본이 세계랭킹 2위 브라질과 접전을 벌인 끝에 세트 점수 3-2(25-23, 25-21, 18-25, 22-25, 18-16)로 이겼다.
일본 남자배구가 202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7연승을 거뒀다. 아시아 팀의 자존심을 제대로 세워주고 있다. 홈에서 치른 1주 차 4경기를 모두 이기더니, 프랑스로 건너 가 2주 차 3경기도 다 승리했다. 쿠바(3-0 승리)와 브라질까지 꺾으며 저력을 톡톡히 발휘했다.
브라질전은 여러 가지 면에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일본은 1세트에 서브 에이스를 5개나 만들었다. 강력하고 날카로운 서브로 브라질 수비를 흔들며 기선을 제압했다. 추격을 허용하고 맞이한 5세트 마지막 순간도 인상적이었다. 세트 막판까지 한두 점 앞서다 14-14 동점을 허용해 흔들릴 법했다. 그러나 일본 선수들은 듀스에서 침착한 모습으로 브라질을 넘어섰다. 전술, 기술, 그리고 정신력까지 세계 톱클래스 팀인 브라질을 능가했던 셈이다.
국내에서 VNL 일본 남자배구 소식은 사실 많이 묻혀 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또 다른 기록행진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VNL 연패 숫자가 20으로 늘었다. 올해 VNL에서만 8연패를 당했다. 8번 지면서 단 한 세트를 따냈고, 3주 차 일정에서 첫 승을 노리고 있다.
참담하다. 남자배구는 VNL에 출전하지도 못할 정도로 국제경쟁력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여자배구도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등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 멤버들이 대표팀을 떠난 후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더 씁쓸한 이유는 단순히 일본과 국제 대회 성적 비교에서 뒤떨어져서가 아니다. 한국배구가 처한 국제경쟁력 실종은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한국배구는 여러 가지 문제로 얼룩졌다. 비선 실세 같은 사람이 등장해 아수라장을 만들었고, 문제를 일으킨 선수가 외국 팀으로 훌쩍 떠나 팬들에게 당혹감을 안겨 줬다. 선수들의 학교 폭력과 데이트 폭력 등이 알려져 충격을 던져 줬다. 또한 병역 비리 사실이 드러나고, 좋은 성적을 내는 프로팀 감독이 갑자기 경질되면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대형사고들이 터졌지만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을 시원하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 유야무야 넘어가기 일쑤였다. 그러는 사이 선수들의 기본 자세와 노력의 중요성은 뒷전으로 밀렸고, 기량이 시나브로 하락했다. 아시아에서도 2류로 전락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별다른 대책 마련이 없다. 세대교체와 투혼을 강조할 뿐, 제대로 된 장기 계획이나 대표팀 강화를 위한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유럽 프로팀과 투 잡을 뛰는 대표팀 감독이 '역대급' 연패를 기록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의 사전적 의미는 '가죽을 벗긴다'다. 가죽을 벗기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까지 각오하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기도 한다. 말로만 개혁을 이룰 수 없다. 지금 제대로 된 개혁이 꼭 필요하다. 제도든 사람이든 바꿔야 하는 건 빨리 바꾸고, 새롭게 시도할 건 과감한 투자와 함께 실천에 옮겨야 한다. 내우외환 한국배구에 뼈저린 반성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브라질전 승리를 거둔 일본 남자배구 대표팀(위, 중앙), 세사르 곤살레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사진=VNL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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