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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몇 개월 당겨진 것"
LG 트윈스 이정용은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9차전 홈 맞대결에 프로 데뷔 첫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정용은 최고 147km의 직구(29구)와 슬라이더(14구)-커브(5구)-체인지업(1구)을 섞어 던지며 2이닝 동안 투구수 59구, 3피안타 1볼넷 1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의 1차 지명을 받은 이정용은 2020년 불펜 투수로 34경기에 나서 3승 4홀드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그리고 이듬해 본격 '필승조'로 거듭난 이정용은 3승 3패 15홀드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 지난해 65경기에서 4승 4패 2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34로 대활약했다. 하지만 3년간의 좋은 모습이 4년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정용은 올 시즌 초반 '마무리' 고우석이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하게 되자 클로저의 중책을 맡았다. 그러나 4월 15경기에 등판해 2승 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5.93으로 부진했고, 부상으로 인해 한차례 1군에서 말소되고 돌아온 뒤 6월에도 흐름이 나아지지 못하자 '보직 변경'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4~5선발 후보였던 선수들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이정용이 선발로 전향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투구수 50구의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이정용의 첫 등판은 깔끔하고 위력적이지는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이정용은 1회 선두타자 황성빈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은 뒤 윤동희와 고승민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실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후속타자 잭 렉스에게 빗맞은 타구를 통한 좌익수 뜬공 유도에 성공, 안치홍을 중견수 뜬공으로 연달아 잡아내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2회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이정용은 선두타자 한동희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이닝을 출발했으나, 후속타자 박승에게 땅볼을 유도해내며 선행 주자를 지웠다. 이후 박승욱에게 도루를 허용했지만, 후속타자 김민석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낸 뒤 손성빈도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3회였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에 앞서 이정용을 투구수 40~50구 사이에서 끊어주되, 이닝 중간에는 교체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하지만 투구수 42구로 2회를 마친 이정용은 3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선두타자 황성빈과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준 뒤 교체됐다. LG는 이정용에 이어 예고한 대로 최동환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최동환이 더 큰 위기를 자초했고, 바통을 이어받은 정우영이 승계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면서 2이닝 1실점으로 경기를 마치게 됐다.
첫 선발 등판을 통해 이정용이 남긴 숙제는 분명했다. 선두타자의 출루를 억제시켜야 한다는 것. 이정용은 이날 3회까지 마운드에 오르는 동안 두 차례나 선두타자를 내보냈다. 한 번은 안타였으나, 3회 볼넷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탈출했다는 점에서 선발 투수가 갖춰야 할 위기관리 능력은 돋보였다.
사실 이정용의 보직 변경은 갑작스럽게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에 앞서 이미 이정용의 변신을 꾀한 바 있다. 사령탑은 "이전부터 (이)정용이는 선발을 시키고 싶었다. 원래는 군에 가서 선발을 한 뒤 돌아왔을 때 선발 투수로 쓰려고 계획을 잡았던 선수였는데, 그게 몇 개월 당겨진 것이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엄청 고민을 했다. 하지만 코치들이 모두 말렸었다"고 밝혔다.코치들의 만류 이유는 그동안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 염경엽 감독은 "나는 (캠프 때) 선발을 시키고 싶었는데, 코치들이 '잘했던 것을 먼저 시키는게 낫지 않겠냐'고 하더라"며 "어차피 상무에 가서 (이정용은) 선발을 해야 한다"며 "보통은 투구수를 15구씩 늘리지만, 이정용은 안전하게 10구씩을 늘려갈 계획이다. 70구가 넘어가야 정식 선발 로테이션을 돌 수 있다. 후반기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경엽 감독은 4선발 자원까지는 확보가 됐을 때 비로소 페넌트레이스 1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용은 후반기 LG의 '키(Key)'맨이 될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1등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타격은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지만, 4선발까지 안정이 되고 필승조가 확실해지면 페넌트레이스 1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구수를 늘리고 선발 투수로서 빌드업이 완성된 후반기, 이정용이 LG가 페넌트레이스 1위 자리에 오르는데 '키'맨으로 힘을 보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LG 트윈스 이정용, 염경엽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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