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11승까지 벌어뒀던 승패마진을 모두 날려버렸다.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힘겹게 등반했으나, 5할 승률까지 떨어지는데 단 22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롯데는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엘롯라시코' 라이벌 매치에서 3-7로 역전패를 당하며 우울한 분위기 속에 수도권 9연전을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가게 됐다.
롯데는 지난 4월 나균안을 제외한 모든 선발 투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높은 득점권 타율과 탄탄한 불펜진을 앞세워 14승 8패 승률 0.636의 성적을 거두며 '단독 1위'를 기록했다. 롯데가 4월을 단독 1위로 마친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무려 11년 만이었다.
4월 '돌풍'을 일으켰지만, 불안 요소도 있었다. 롯데는 지난해 4월을 2위로 마친 이후 5월 가파른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했고,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던 '악몽'을 꾼 경험이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4월에 부진했던 선발 투수들이 모두 부활했고, 롯데는 5월에도 13승 9패 승률 0.591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상위권' 경쟁을 펼치며 2022년과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했다.
롯데는 5월 30~31일과 6월 1일까지 이어진 LG와 맞대결에서 루징시리즈를 당했지만, 2~4일 KIA 타이거즈와 홈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하며 순항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의 '악몽'이 되풀이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6월 6일부터 시작된 사직 KT 위즈와 맞대결이었다.
롯데는 부상자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KT와 3연전에서 두 번의 연장전 승부에서 모두 무릎을 꿇는 등 충격의 '스윕패'를 당했다. 그리고 좋지 않은 흐름은 삼성 라이온즈와 3연전으로 이어져 루징시리즈를 겪었다. 한 주간 성적은 1승 5패. 당시 롯데는 4~5월 분투한 김상수와 김진욱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등 회복을 위한 시간을 가졌던 만큼 쓰라린 패배를 겪었지만, 반등의 요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롯데의 추락은 걷잡을 수 없었다. 한화 이글스와 홈 3연전에서 '50억 유격수' 노진혁이 옆구리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이탈하게 되면서 1승 2패, 수도권 9연전의 시작이었던 SSG 랜더스와 맞대결에서는 1군 복귀 후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던 정훈 또한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 5-1로 앞선 경기에서 '필승조'가 무너지는 등 네 시리즈 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최악의 흐름 속 KT와 다시 만난 롯데는 다시 한번 스윕패의 수모를 겪었고, LG와 '라이벌 매치'에서도 1승 2패로 고개를 숙였다. 최근 여섯 시리즈 연속 루징시리즈를 당한 롯데는 최근 19경기에서 4승 15패의 부진 속에 올 시즌 최대 +11승까지 벌어뒀던 승패마진을 모두 까먹고 33승 33패 승률 0.500을 기록하게 되면서 4할 추락을 눈앞에 두게 됐다.
롯데의 부진에는 시즌 초반 테이블세터로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냈던 안권수가 수술, '믿을맨' 최준용과 노진혁, 정훈 등 주축 선수들 쪽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게 된 것이 주된 원인. 게다가 부진의 기간 동안 롯데의 타선은 시원하게 터지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선발 투수가 잘 던지는 날에는 불펜이 승리를 지켜내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안 풀리는 집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이 과정에서 한 가지 확실해진 점이 있다. 그동안 롯데가 목표로 삼았던 '뎁스 강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현재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LG와 NC 다이노스 등은 시즌 초반 '핵심' 전력이 빠지는 상황에서도 줄곧 좋은 성적을 거둬왔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만큼 뎁스가 탄탄하다는 것. 롯데 또한 주축 선수가 한두 명 빠진 것이 아니지만, 주전과 비주전의 '갭'은 여전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축들이 이탈한 기간의 성적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는 오프시즌 박세웅과 5년 총액 90억원의 연장계약, FA 시장에서 유강남과 노진혁, 한현희를 사들이는데 총액 180억원을 투자하며 '대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현실은 +11승에서 5할 승률까지 추락해 있는 상황이다. 물론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4위에 랭크돼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지만, 지금의 좋지 않은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요소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2017년 이후 가을야구는 또 '꿈'으로만 남을 수도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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