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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날려버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LG 트윈스 문성주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9차전 홈 맞대결에 좌익수,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엘롯라시코' 라이벌 매치를 위닝리시즈로 마치는데 선봉장에 섰다.
경기 초반의 활약은 썩 돋보이지 않았다. 문성주는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롯데 선발 댄 스트레일리를 상대로 중견수 뜬공,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세 번째 타석에서의 활약도 애매했다.
0-3으로 뒤진 5회말 무사 만루의 대량 득점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문성주는 스트레일리의 5구째 135km 체인지업을 공략해 2루수 방면에 땅볼을 기록했고,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추격의 점수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어지는 2사 1, 3루의 찬스에서 도루를 시도했는데, 롯데 포수 손성빈의 '레이저 송구'에 막히며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문성주는 이후 타석에서 도루자와 무안타의 설움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문성주는 1-3으로 뒤진 7회말 1사 2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롯데의 바뀐 투수 김상수와 맞붙었고, 6구째 130km 포크볼에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 타구가우익 선상으로 향하자 문성주는 빠른 발을 바탕으로 3루타로 베이스에 안착하는데 성공했고, 추격의 적시타에 이어 후속타자 김현수의 안타에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어냈다.
문성주가 가장 빛난 타석은 8회말이었다. 문성주는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8회말 1사 만루의 대량득점 찬스에서 롯데 '마무리' 김원중과 맞대결을 펼쳤고, 초구 148km 직구를 받아쳐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뽑아냈다. 이때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고, LG는 6-3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LG는 7-3으로 승리하며 주말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무리하게 됐다.
문성주의 한 경기 최다 타점은 지난해 5월 6일 NC 다이노스와 맞대결에서의 5타점, 이날은 지난 2021년 10월 7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커리어 두 번째 4타점 경기였다.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그는 "초반에 점수를 내지 못해서 힘든 경기였는데, 마지막에 다 같이 집중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수줍게 웃었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97순위로 LG의 선택을 받은 문성주는 2021년 31경기에 출전하며 조금씩 출전 기회를 늘려가더니 지난해 106경기에서 타율 0.303을 기록하며 본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올해 완전히 주전 자리를 꿰차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잘나가는 문성주에게도 고민이 없지는 않았다. 바로 득점권 타율이다.
25일 경기 전까지 득점권 타율은 0.254로 3할이 넘는 시즌 타율에 비하면 결정적인 상황에서 '해결사' 능력은 조금 아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로 득점권 타율을 0.279까지 끌어올렸다. 주로 2번의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득점권 찬스가 마련될 확률은 중심 타선에 비해 많지 않으나, 이로 인해 마음고생을 했던 문성주다."득점권에서 못 치고 있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 문을 연 문성주는 "내가 안타를 치는 상황이 주자가 없을 때거나, 주자가 1루인 상황이 많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타율이 3할이면 '잘 친다'고 하는데, 중심 타선에 있는 형들에게 득점권 찬스가 많이 걸리고, 내게는 (기회가) 많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놓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를 날려버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누구로부터 득점권 찬스에 약하다는 말을 들었을까. 그는 "형들도 장난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SNS 메시지로도 '못 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아무래도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마음에 조금 담아두고 어떻게든 쳐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부담이 있었다. 그래고 안타가 나올 타석이었기 때문에 안타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는 이날 5회 무사 만루에서 단 한 점 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문성주가 땅볼로 타점을 뽑아낸 뒤 1사 1, 3루에서는 김현수의 플랑이에 3루 주자 신민재가 태그업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고, 이닝이 종료되는 과정도 문성주가 도루에 실패했던 까닭. 하지만 '베테랑' 김민성의 한마디가 경기 후반의 강한 집중력을 이끌어냈다.
문성주는 "(신)민재 형이 (김)현수 형의 희생플라이 때 들어오지 못하고, 나도 도루로 아웃되는 등 실수가 나왔는데, (김)민성이 형이 경기 중 미팅을 통해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자'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래서 눈치를 안 보고 할 수 있었다. 형들 덕분에 어린 선수들이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만들어준 김민성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LG 트윈스 문성주.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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