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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3년 3600만 달러(약 470억원)의 계약을 맺었을 당시 '우려'의 목소리는 결코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단 1년 만에 이렇게 달라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 기쿠치 유세이(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기쿠치는 26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도안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8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5승째를 손에 넣었다.
지난 2019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빅리그 무대에 선 기쿠치는 메이저리그 데뷔 5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기쿠치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7경기(6선발)에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0.87을 기록했는데, 당시 기쿠치의 퍼포먼스는 '반짝'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뒤 기쿠치는 분명 달라진 모습이었다.
기쿠치는 4월 5번의 등판에서 무려 4승을 쓸어담으며 평균자책점 3.00으로 엄청난 성적을 거두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5월이 시작된 후 기쿠치는 총 6번의 등판에서 세 번의 조기강판을 경험하는 등 2승 2패 평균자책점 5.83으로 기존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했으나, 6월부터 다시 기쿠치의 퍼포먼스는 좋아지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깔끔했다. 기쿠치는 1회 에스테우리 루이즈를 삼진, 카를로스 페레즈를 투수 땅볼, 브렌트 루커를 삼진 처리하며 군더더기 없는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에도 마찬가지로 알레디미스 디아즈-제이스 피터슨을 연속 삼진 처리하는 등 무실점을 마크했고, 3회에도 삼자범퇴로 오클랜드 타선을 묶어내며 '퍼펙트' 행진을 선보였다.
첫 안타를 내준 것은 4회. 기쿠치는 4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페레즈에게 3구째 포심을 공략당해 2루타를 내주며 첫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기쿠치는 흔들리지 않았고, 루커와 디아즈에게 위닝샷으로 슬라이더를 던져 연속 삼진을 솎아내며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그리고 5회도 무실점을 기록하며 타선의 든든한 지원 속에 승리 요건을 손에 넣었다.무실점 순항은 6회에 깨졌다. 기쿠치는 6회초 선두타자 토니 켐프에게 초구 92.7마일(약 150km) 하이 패스트볼을 공략당했고,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맞았다. 하지만 압도적인 흐름에 큰 영향은 없었고, 기쿠치는 또다시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을 기록하며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7이닝 투구는 기쿠치가 토론토로 이적한 이후 최다 이닝.
기쿠치는 6월 내내 단 1승도 손에 넣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으나, 이날 시즌 7승째를 수확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후지나미 신타로(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등 모든 일본인 투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7승 고지를 점령했다. 그리고 이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한 시즌 최다승 타이로 이어졌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존 슈이더 감독은 "지난 시즌이었다면 2B-0S 카운트에서 긴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가 되고 있다. 기쿠치는 어떠한 카운트에서도 자신 있게 던지고 있다. 브렌트 루커에게 3B-0S에서 커브를 던졌는데, 자신의 공에 위력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던졌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기쿠치는 경기가 끝난 후 "토론토로 이적한 뒤 7이닝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좋았다"며 "불펜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고, 오늘 정말 좋았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기쿠치 유세이.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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