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종범도 해태 시절엔 유격수였는데…
KIA 내야수 김도영(20)의 별명은 무려 ‘제2의 이종범’이다. 이종범 LG 코치가 현역에서 은퇴한 뒤 1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이종범 코치처럼 야구를 한 선수는 1명도 없었다. 김도영 역시 별명과 별개로 지금부터 냉정하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단, 이런 측면은 있다. 이종범 코치가 야구천재라는 얘기를 듣기 시작한 시기는 결국 1993년 해태 입단 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기 전 1997년까지 유격수로 뛴 5년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도 이 코치의 20대 시절 경기력은 보통 선수들의 그것과 차원이 달랐다고 회상한다. 유격수로 뛰며 공수주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여줬던 시절이다.
여기서 궁금한 건 과연 김도영은 KIA에서 유격수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여부다. 김도영은 고교 시절에 꾸준히 유격수로 뛰며 공수주에서 엄청난 운동능력과 센스를 발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주 포지션에서 뛰면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 경쟁력을 보여줄 것인지가 궁금한 게 사실이다. 그럴 경우 김도영이 정말 제2의 이종범으로 성장할 것인지 선명하게 비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팀 사정상 쉽지 않은 얘기다.
박찬호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준수한 타격과 수비, 주력으로 KIA에 없으면 안 될 선수다. 내야의 사령관을 시즌 중에 갑자기 교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박찬호의 유격수로서의 공수 역량이 리그 최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박찬호가 3유간을 지킬 때 팀이 가장 안정적인 것도 사실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김도영 유격수 옵션이 가동될 여지는 충분하다. 주장이자 주전 2루수 김선빈은 최근 엄지 부상으로 1개월간 쉬지만, 정상적이라면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KIA에 여전히 꼭 필요한 선수지만, 예비 FA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30대 중~후반으로 가면서 운동능력이 떨어질 여지도 있다. 박찬호 역시 풀타임으로 3년 정도 더 보내면 FA 자격을 얻는다.
KIA가 향후 김도영 육성 플랜, 그리고 팀 내야진의 미래를 설계할 때 김도영 유격수 옵션이 포함돼 있는지가 관심사다. 미래 가치와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김도영의 주 포지션에서의 역량을 판단할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도영은 문동주(한화)를 포기하고 데려온 특급 유망주다. 선수가 팀에 맞추는 건 나무나도 당연하지만, 김도영 정도의 유망주라면 팀이 그의 실링,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는 있다. 참고로 한화는 장기적으로 문동주의 육성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고 움직이고 있다.
만약 KIA가 김도영을 3루수로 꾸준히 쓰기로 한다면, 미래의 유격수에 대한 확실한 대안도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박찬호를 더 성장시켜 프랜차이즈 유격수로 오랫동안 함께할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사실 김도영이 수비 부담을 덜고 타격과 주루에서 폭발적 퍼포먼스를 보여주길 유도하려면 유격수보다 지금처럼 3루수로 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옳고 그름의 이슈라기보다, 선택의 이슈다. KIA가 장기적으로 김도영을 어떻게 활용하고 성장을 유도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도영.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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