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너는 더 커질 수 있다.”
KIA 내야수 김도영의 1군 복귀 후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반응이 ‘타구의 질’이다. “공을 쪼개 버린다”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실제 정타의 타구 속도가 이전보다 힘이 붙은 게 확연히 보인다. 이러면 결국 장기적으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고 보면 김도영은 발등 수술 이전과 달리 몸이 상당히 좋아졌다. 하체 운동을 하지 못할 때부터 상체 웨이트트레이닝을 상당히 많이 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그런 김도영의 웨이트트레이닝 선생님이 있었다.
‘나스타’ 나성범이다. 나성범은 종아리 부상으로 시범경기부터 개점휴업 했다. 김도영도 사실상 개막과 동시에 재활군으로 이동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었고, 몸 좋기로 유명한 나성범이 김도영의 웨이트트레이닝을 직접 지도했다고 한다. 둘 다 하체 부상이니, 하체 운동을 못 하는 시간에 상체 훈련을 엄청나게 했다.
나성범은 27일 광주 키움전을 앞두고 “둘 다 하체 운동을 많이 못 했다. 오로지 할 수 있는 건 상체라는 결론이 나왔다. 재활하면서 1주일 정도 내가 지금까지 배웠던, 해왔던 루틴대로 도영이를 데리고 계속 시켰다”라고 했다.
프로 2년차 김도영은 아직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에 익숙지 않다. 처음엔 ‘나스쿨’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자 나성범은 전가의 보도, ‘주입식 교육’을 꺼냈다. 그는 “계속 시켰다. 세뇌를 시켰다. ‘너는 무조건 (상체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계속 하다 보니 도영이도 느낀 것 같다”라고 했다.
시간이 약이다. 김도영은 나스쿨의 효과를 점점 체감하기 시작했다. 나성범은 “몸의 변화도 있고, 원래 들었던 무게보다 더 들고 그러더라. 본인이 느끼니 더 하려고 하더라. 내가 하루 정도 쉬려고 하는데도 ‘다른 거 안 하시나요?’라고 그랬다”라고 했다.
나성범도 김도영의 타구의 질이 남다른 걸 잘 안다. 상체 집중 웨이트트레이닝 효과라고 봐야 한다. 나성범은 웃으며 “도영이 타구를 보니 뿌듯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나이 차가 띠동갑이 넘는다. 불편할 수 있는데 내가 편안하게 해줘서 그런지 그런 모습이 없더라. 몇 살 차이 안 나는 선, 후배처럼 같이 운동했다. 일본에도 같이 다녀왔다”라고 했다.
‘재활 브로맨스’다. 나성범은 “계속 붙어 다니면서 밥도 먹고 사우나도 같이 하고 그랬다. 나도 도영이에게 배울 점이 있다. 주력이 워낙 좋지 않나. 타고난 다리를 가졌다. 내가 갖고 있는 게 도영이에게 도움이 됐다면 나도 좋다. 타구 질을 보니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했다.
두 사람은 지난 23일 광주 KT전을 앞두고 나란히 1군에 복귀했다. 무대가 1군으로 옮겨졌지만, 나스쿨은 종강하지 않았다. 나성범은 “시즌에 들어가다 보면 시간이 없다 보니 웨이트트레이닝을 게을리하는 선수들도 있다. 지금도 도영이를 일부로 잡아놓고 시키고 있다”라고 했다.
나스쿨 수강생 2호도 확정됐다. 최원준이다. 본인의 동의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나성범은 최원준에게 직접 웨이트트레이닝을 강의할 예정이다. 나성범은 웃으며 “원준이가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는데 내가 볼 땐 부족하다. 한 명 더 시킨다고 생각하겠다”라고 했다.
세상에 이런 선배가 또 어디에 있을까.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KIA는 나성범을 정말 잘 데려왔다. 주입식 교육(?)이 절대 나쁜 게 아니다. 이쯤이면 김도영이나 최원준이 나성범에게 수업료를 줘야 하지 않을까. 나성범은 웃으며 “알아서 하겠죠 뭐”라고 했다.
[김도영과 나성범(위), 김도영(가운데, 아래).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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