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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올림픽 못 간다면, 감독으로서 책임질 것"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27일 경기도 수원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불가리아와 홈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1-3(22-25 18-25 26-24 15-25)으로 패했다.
여자 배구의 '간판' 김연경을 비롯해 양효진, 김수지 등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무대를 밟은 뒤 '태극마크'를 내려두면서 전력이 눈에 띄게 약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셈. 하지만 최근 여자 배구의 국제 경쟁력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9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VNL만 놓고 본다면 2021년 3연패, 2021년 12전 전패를 포함해 무려 24연패를 기록 중이다.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잇따른 부진의 여파는 꽤 크다. 한국 여자 대표팀의 세계랭킹은 14위에서 무려 32위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3세트 듀스까지 가는 접전의 승부 끝에 한 세트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력은 무기력했다. 범실이 상당히 많았고, 높이에서 불가리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불가리아가 기록한 블로킹이 13개, 한국이 4개였던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경기 결과보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세자르 감독의 인터뷰였다.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는 내내 세자르 감독은 대표팀의 성적에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속절 없는 추락의 원인을 선수들에게 돌리기까지 했다. 물론 선수들의 기량이 부족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사령탑이 가져야 할 덕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자르 감독은 '경기를 총평해달라'는 말에 "충분히 싸웠고, (불가리아를) 밀어붙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가 이야기했던 플레이를 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수비와 서브에서 부족했다. 중요한 순간에 1~2개를 놓쳐서 달아나지 못해서 아쉽다. 그 때문에 1-3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문제는 이후였다. 세계랭킹 하락과 관련해 '감독의 문제인가, 선수들의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세자르 감독은 "게임 전술 준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 문을 열며 "(선수들이) 국제 대회 수준이라는 맥락을 이해하고 적응하는게 중요하다. 팀이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결과를 수집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 수준의 퍼포먼스에 익숙해지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선수들 때문에 졌다'는 멘트는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직설적으로 선수들을 탓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말의 뉘앙스는 '선수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졌다'에 가까웠다. 모든 것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령탑으로서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멘트인 것은 분명했다.
한국은 세자르 감독이 부임한 뒤 25경기에서 1승 24패로 성적이 처참하다. 세계 랭킹도 14위에서 32위까지 추락했다. 세계 랭킹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한국 여자 대표팀이 올림픽을 비롯해 국제대회를 치르는데 큰 걸림돌이 생기게 된다. 실력을 상승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하는 상황에서 세자르 감독은 제도만 탓하고 있는 모습이었다.사령탑은 "랭킹의 경우 FIVB(국제배구연맹)에서 시행하고 있는 규칙으로는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팀이 점수를 챙기고, 참가를 하는 팀은 점수를 챙기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라며 "처음에 14위로 시작을 했고, 지금은 32위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게 현실이다. 랭킹 시스템으로 올림픽에 가는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투정했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진다는 것이 세자르의 입장. 그는 "나는 올림픽에 가는 것이 불가능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상위 랭크 팀과 경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시도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선전을 통해서 올림픽에 갈 수 없게 된다면, 감독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자르 감독은 "협회와 상의해서 대표팀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덧붙였지만, 이미 최악의 상황까지 그림을 그려 둔 모습이었다. 대한배구협회(KVA)의 행정력과 세자르 감독의 무책임한 모습을 고려해봤을 때 거듭된 부진을 타개할 방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세자르 감독이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칠보체육관에서 진행된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한국과 불가리아'의 경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수원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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