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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사십까지? 부럽다. 난 33세에 은퇴했는데.”
키움이 지난 28일 내야수 이원석(37)과 2+1년 최대 10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2024시즌부터 발효되는 계약이다. 본래 이원석은 올 시즌을 끝으로 삼성과 맺었던 2+1년 20억원 FA 계약이 만료된다. 이 계약 이후 새롭게 2+1년을 보장받았으니, 이원석은 참 행복한 선수다.
이원석이 2+1년 계약을 무사히 소화한다면, 만 40세, 즉 한국나이로 41세까지 계약을 보장받는 셈이다. +1년 계약 발동 조건도 까다롭지 않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국내 선수든 외국인선수든 옵션을 걸지 않거나, 옵션을 걸어도 소위 말하는 ‘따먹기 좋은 조건’을 내건다. 이번 이원석 계약도 구단 입장에서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걸었다.
홍원기 감독은 28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웃으며 “사십까지? 개인적으로 부럽더라. 난 33세에 은퇴했는데”라고 했다. 홍 감독의 기억과 달리 실제 2007년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만 34세, 한국나이 35세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홍 감독도 FA 세대였다. 단, 요즘 특급 선수들처럼 수십억 혹은 100억원대 계약이나 비FA 다년계약은 꿈도 꾸지도 못한 시절에 현역 생활을 했던 건 사실이다. 이원석으로선 이래저래 현역 말년에 큰 선물을 받았다.
이원석은 올 시즌 68경기서 235타수 63안타 타율 0.268 2홈런 21타점 18득점 OPS 0.683이다. 사실 트레이드 이전 4할 타율을 오르내릴 정도로 펄펄 날았으나 이적 후 부진에 빠졌다. 5월 타율은 0.158이었다. 그러나 6월 들어 타율 0.290 6타점으로 살아났다.
그러나 키움이 이원석에게 단순히 6월에 잘 해서 연장계약을 안긴 건 아니다. 물론 최근 4~5일 사이에 계약 제안과 수락이 한꺼번에 이뤄지긴 했지만, 트레이드 후 2개월간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여준 모습,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정이었다.
고형욱 단장은 전화통화서 “원석이가 잘 한거죠. 너무 모범적으로 잘 해줬다. 동생들도 잘 이끌고 너무 고맙더라. 기술적인 건 기술적인 것이고, 나는 선수들과 가까운 곳에서 지내는 건 아니니, 멀리서 보니 동생들에게 잘 해주고 궁금한 건 대답도 잘 해주는 것 같더라”고 했다.
이원석 합류 후 키움 덕아웃은 더욱 묵직해졌고, 더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후문이다. 고형욱 단장은 “원석이가 롯데, 두산, 삼성까지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않았나. 그렇게 선수생활을 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있는데, 그걸 잘 얘기해준다”라고 했다.
홍원기 감독도 축하를 보냈다. “구단에서 능력을 높게 평가해준 것이다. 선수로선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뒤 베테랑이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야기해주는 게 큰 부분이다. 굉장히 좋은 소식이다”라고 했다.
또한, 홍 감독은 “나이가 들수록 어린 선수들도 치고 올라오면 베테랑은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다. 구단에서 안정적인 장치를 마련해준 것인데, 본인도 또 다른 목표가 생겼을 것이다. 팀에 대한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구단의 창단 첫 비 FA 다년계약이자, 역대 비 FA 최고령 다년계약이기도 하다. 이 계약의 성패가, 리그 전체의 비 FA 계약 트렌드를 또 바꿀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타 구단 베테랑들에게도 이 계약이 시사하는 바는 제법 크다.
[이원석.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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