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울산 박승환 기자] "수명이 1년씩 줄어요"
두산 베어스 곽빈은 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7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104구, 2피안타 5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에이스'라는 칭호가 전혀 아깝지 않은 활약인 것은 틀림이 없다. 이날 곽빈은 최고 149km 직구(51구)를 바탕으로 커브(24구)-슬라이더(19구)-체인지업(10구)를 섞어 던지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 시즌 7승(2패)째를 손에 넣었다. 투구 내용만큼 돋보인 것은 곽빈의 '역할'이다.
곽빈은 허리 부상으로 인해 올해 두 번째 1군에서 말소된 뒤 복귀전을 갖기 전 두산은 2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에이스'의 귀환이 절실한 상황. 때마침 타이밍이 좋게 곽빈이 돌아왔다. 곽빈은 지난달 11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6이닝 동안 2실점(2자책)으로 역투하며 연패에 빠진 팀을 구해내는데 성공했다.
'연패 스토퍼' 역할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두산은 17일 LG 트윈스와 맞대결 전까지 3연패를 기록 중이었는데, 이때 다시 한번 곽빈이 마운드에 올라 6이닝 2실점(2자책) 투구로 팀을 구해냈고, 23일에는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6이닝 1실점(1자책) 투구를 선보이며 팀의 4연패를 끊어냈다.
그리고 팀이 5위 방어에 실패, 자칫 하위권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에이스'는 다시 한번 출격해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경기 초반은 군더더기가 없는 투구. 곽빈은 1회부터 4회까지 사사구 2개만을 허용하며 롯데 타선을 상대로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타선의 지원이 넉넉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첫 위기는 5회. 곽빈은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5회말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안타를 내주며 '퍼펙트' 행진에 제동이 걸렸고, 박승욱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1사 1, 2루의 실점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곽빈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유강남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후속타자 김민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위기관리 능력은 6회에도 빛이 났다. 운이 따랐던 것이 아닌 순전히 실력으로 벗어난 위기였다. 곽빈은 6회 고승민과 안치홍에게 볼넷, 윤동희에게 안타를 내주면서 무사 만루의 대량 실점 위기에 놓였다. 여기서 곽빈은 잭 렉스를 중견수 방면의 얕은 플라이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고, 후속타자 전준우에게는 2루수 인필드플라이를 유도해 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그리고 한동희를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면서 최대 위기를 무실점으로 극복했다.
두산은 곽빈의 완벽한 투구 속에 1회 1득점을 지켜내며 경기 후반까지 리드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9회초 강승호의 솔로홈런을 바탕으로 한 점의 여유를 챙긴 뒤 9회말 1실점을 기록했으나, 나머지 1점의 리드를 지켜내면서 마침내 2연패를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경기가 종료된 후 9회말 2사 1, 2루의 실점 위기를 막아낸 정철원은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곽)빈이가 선발로 등판하는 날 성적이 좋았던 것을 되새기면서 자신 있게 (양)의지 선배의 사인대로 던졌다"며 "(곽)빈이가 해맑게 웃어주더라. 커피 벤티 사이즈로 하나 사달라고 할 예정"이라고 기쁜 소감을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곽빈은 "또 커피를 사달래요?"라고 반문하더니 "또 사줘야 할 것 같다. (정)철원이가 내 등판 때 점수를 주지 않아서 고맙다. 철원이는 뇌 구조가 조금 남다르다. 자신감이 남다르기 때문에 또 포크볼을 던질 줄 알았다. (양)의지 선배가 정말 잘 막아주셨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수명이 1년씩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농담하며 활짝 웃었다.
최근 개인 4연승을 질주하고 있지만, 이날은 낯선 문수야구장의 마운드 적응부터 여러 가지로 애를 먹었던 경기였다. 곽빈은 "롯데와 차이가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됐던 등판이었다. 밸런스도 정말 최악이었다. 하지만 (양)의지 선배의 좋은 리드 덕분에 꾸역꾸역 던졌다. 전날(30일)까지는 자신감이 많았는데, 마운드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2021년) 스프링캠프를 문수야구장에서 했었는데, 마운드에 선 것은 처음이다. 때문에 (투구판도) 세 번 정도 왔다 갔다 했다"고 설명했다.
6회 무사 만루의 큰 위기 걱정되지는 않았을까. 그는 "반즈 선수가 1회를 빼고 너무 잘 던졌다. 줄 점수도 주면 안 될 것 같았다. 1점도 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만루에서도 '점수를 안 줄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었다"며 9회 2사 2, 3루에서도 "(정철원이) 진짜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30일) 윤동희 선수에게 끝내기를 맞았는데, 또 맞으면 분위기가 정말 안 좋아질 것 같았지만, (정철원을) 믿었기 때문에 맞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곽빈은 부상 복귀 이후 2연패, 3연패, 4연패, 2연패까지 총 네 번의 연패를 끊어냈다. 진정한 '에이스'가 아닐 수 없다. 정철원은 "내가 나와서 연패 끊는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연승이 걸렸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악의 컨디션, 낯선 구장에서도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낸 곽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승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산 베어스 곽빈.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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