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울산 박승환 기자] "(고)승민아 고맙다!"
지난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고승민은 입단 당시의 포지션은 2루수였다. 타격 재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던 고승민은 데뷔 첫 시즌 30경기에 나서 21안타 6타점 7득점 타율 0.253을 기록했는데, 모든 경기에서 내야 글러브를 끼고 2루수로 뛰었다.
고승민을 품에 안았을 당시부터 2루수보다는 다른 포지션으로 활용할 생각을 갖고 있었던 롯데는 고승민이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본격 '외야 수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고승민은 지난해 모든 경기로 외야수로 출전하며 92경기에서 74안타 5홈런 30타점 31득점 타율 0.316 OPS 0.834의 성적을 남겼다.
이미 한차례 포지션에 변화를 가져갔던 고승민은 올 시즌에 앞서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 고승민이 도전에 나선 것은 1루수였다. 외야수로 경기에 나선 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1루수로 출전하는 비중에 눈에 띄게 늘어났다. 고승민 외에도 활용할 수 있는 외야 자원이 많아진 까닭에 고승민에게 '옵션'을 추가한 것이었다.
내야에서 외야포 지션을 변경한데 이어 또다시 1년 만에 포지션의 변화를 가져간 만큼 아직 1루 수비가 완벽한 편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또는 수년간 1루수를 맡아온 ㅅ너수들에 비하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하지만 고승민의 수비력은 하루가 멀다하고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고승민의 수비는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지난달 30일 윤동희가 프로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면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지만, 고승민의 활약이 없었다면 롯데의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다. 고승민의 수비가 먼저 주목을 받은 것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6회초 수비였다.
롯데는 박세웅이 정수빈에게 안타,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1사 1, 2루의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후속타자 양의지가 친 타구가 먹히면서 1루수 머리 뒤쪽으로 떠올랐다. 여기서 고승민은 결코 처리하기 쉽지 않은 타구를 받아냈고, 오버런을 한 1루 주자 김재환까지 지워내는 수비를 선보이며 0-0의 투수전 양상을 이어가는데 큰 힘을 보탰다.
고승민이 가장 빛나던 순간은 9회초. 롯데는 9회 '장발클로저' 김원중이 김재환과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무사 1, 2루의 큰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두산은 양석환에게 '번트' 작전을 구사했다. 이때 고승민이 날아올랐다. 양석환의 번트 타구가 떠오르자 홈을 향해 돌진하던 구승민이 다이빙캐치로 타구를 낚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그리고 후속 플레이까지 완벽했다.
양석환의 타구를 잡아낸 뒤 고승민은 재빠르게 일어났고, 미처 2루로 돌아오지 못한 대주자 조수행까지 잡아냈다. 고승민의 수비 덕분에 롯데는 9회초 위기를 다시 한번 무실점으로 넘어섰고,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그리고 연장전 10회초에는 호세 로하스가 친 강습 타구 때 몸을 날려 타구를 막아낸 뒤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김원중에게 공을 건네며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고승민의 호수비 열전 덕분에 롯데는 10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했고, 10회말 공격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 1-0으로 승리 3연승을 질주했다.
경기가 끝난 뒤 롯데의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끝내기 찬스를 만들어낸 박승욱에 대한 칭찬은 물론 호수비 퍼레이드를 선보인 고승민을 향한 고마움이 쏟아졌다. 특히 김원중은 "(고)승민아 고맙다!"라고 말하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이에 고승민은 쑥스러운듯 "아닙니다. 제가 못할 때가 더 많았는데요"라며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어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던 윤동희는 "수비를 생각보다 잘하더라. 수비를 잘하는 형이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워낙 방망이를 잘치는 형인데, 그래서 수비가 가려졌지 않나 싶다. 이날 경기로 많은 분들이 수비도 잘한다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수비와 공격 둘 다 잘하는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직은 프로 최정상급의 1루 수비력은 아니지만, 고승민은 문규현 코치의 펑고세례 속에서 나날이 수비력이 늘어가고 있다. 그는 "문규현 코치님과 훈련을 매일 하고 있다. 오늘(30일)도 정말 많이 했다"며 펑고를 힘들게 많이 친다는 말에 "그래서 내일(1일) 하나 깎아주신다고 하셨다"고 미소를 지었다.
고승민은 프로 입단 당시부터 수비력보다는 공격력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선수. 하지만 최근에는 수비로도 임팩트를 남기고 있다. 이에 고승민은 "원래 타격 원 툴이었는데, 지금은 수비 원 툴이 된 것 같다"며 문규현 코치의 펑고와 경기 중 무엇이 더 힘드냐는 질문에 "문규현 코치님이 더 힘들다. 탬포가 너무 빨라서 쉴 틈이 없다"고 활짝 웃었다.
과거에 비해 최근 1루 수비는 결코 쉽지 않다. 강한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늘어남에 따라 어려운 타구들이 증가한 까닭이다. 잦은 포지션 이동에도 불구하고 낯선 자리에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는 고승민이다.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 사진 = 마이데일리 DB,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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