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제가 울 뻔했어요.”
KIA 심재학 단장은 삼성맨이 된 류지혁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심재학 단장은 현재 외국인선수 이슈 등 여러 업무를 보기 위해 미국에 있는 상태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류지혁에게 유선상으로 트레이드를 통보해야 했다.
심재학 단장은 지난 5일 전화통화서 “원래 직접 얼굴을 보고 얘기해야 하는 건데, 내가 미국에 있어서 전화로 통보밖에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그동안 우리 팀에서 너무 잘해준 선수다. 이렇게 보내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 울 뻔 했다”라고 했다.
심재학 단장 이상으로 김종국 감독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김종국 감독은 5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잠시 선글라스를 벗어 줄 수 있겠냐는 사진기자의 부탁에 “울었는데 괜찮을까요”라고 했다. 실제 김 감독의 눈은 조금 충혈된 상태였다.
류지혁은 KIA에서 신뢰가 높은 선수였다. 2020시즌 도중 홍건희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입단했다. 당시 KIA는 이범호 타격코치 은퇴 후 첫 시즌이었다. 코너 내야에 베테랑들이 빠져나가면서 고민이 많았고, 류지혁은 이 포지션 저 포지션을 오가며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늘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는, 오랫동안 코치로 활동한 김종국 감독의 마음에 쏙 들었다.
수비는 본래 준수했고, 최근 1~2년을 보내면서 타격도 부쩍 좋아졌다. 올 시즌에는 6월 중순까지 꾸준히 3할을 때리며 김도영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좋은 선수였다. 결과적으로 자신을 위협할 포지션 경쟁자지만, 류지혁은 김도영의 프로 1군 적응에 많은 도움을 줬다. KIA 유튜브 채널 갸티비에 류지혁의 ‘선배미’가 종종 소개됐다.
KIA는 그런 류지혁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김종국 감독은 “그동안 지혁이에게 너무 정 들었다. 우리 팀에 트레이드로 왔는데 너무 잘해줬다. 김선빈 다음으로 리더십도 좋았다. 선수, 코칭스태프, 감독과의 관계도 원만했다. 많이 아쉽다”라고 했다.
가수 김건모의 히트곡이기도 한 ‘아름다운 이별’은 사실 말이 안 된다. 이별을 아름답고,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KIA와 류지혁과 이별도, 아름다운 이별이지만, 사실 슬픈 이별이다. 김 감독은 “삼성에서 부상 없이 잘 하면 좋겠다. 그러면 또 만날 수 있다”라고 했다.
류지혁이 당장 다시 KIA로 올 가능성은 없지만, 삼성 유니폼을 입은 류지혁을 곧 만날 수 있다. 당장 11일부터 13일까지 광주에서 KIA와 삼성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이 열린다. 이 3연전서 KIA 김태군과 삼성 류지혁이 나란히 친정에 포구를 겨눈다. 이별은 이별,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눈물을 거두고, 냉정한 손익계산서를 쓸 시간이 다가온다.
[류지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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