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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박승환 기자] "이벤트가 필요하다면 모를까"
한화 이글스 하주석은 5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야구장에서 열린 고양 히어로즈와 원정 맞대결에 유격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무려의 270일 만에 들어선 공식적의 배터박스였다. 하주석은 지난해 6월 16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에 분노해 헬멧을 집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 억울한 판정에 화가 날 수는 있지만, 이를 표출하는 방법은 분명 올바르지 않았다. 특히 하주석이 던진 헬멧에 당시 수석코치였던 웨스 클레멘스 코치가 맞기도 했다. 이에 하주석은 KBO로부터 10경기 출장 정지와 함께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문제는 사건사고가 '헬멧 투척'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주석은 시즌이 종료된 뒤 마무리캠프 기간 중 음주운전을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은 하주석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78%로 면허 정지 수준. 결국 하주석은 KBO로부터 70경기 출장 정지의 중징계를 받게 됐다. 그리고 대전지검은 하주석을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하주석은 지난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을 정도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가진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 하주석은 제1회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태극마크를 다는 등 승승장구의 길을 걷던 중 각종 사건사고의 중심에 서며 '문제아' 또는 '사고뭉치'로 전락하게 됐다. 하주석을 향한 팬들의 여론은 '최악'이었다.
결국 70경기의 중징계를 받게 된 하주석은 홀로 몸을 만들어왔고, 지난달 28일에서야 징계가 모두 마무리됐다. 그리고 하주석은 5일 처음으로 2군 공식전에 출전했다. 첫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며 경기를 시작한 하주석은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냈다. 그리고 세 번째 타석에서 고양 선발 노운현을 상대로 복귀 첫 안타를 신고, 7회 네 번째 타석에서 바뀐 투수 홍성민에게 2루수 땅볼을 기록하는데 그쳤으나, 9회 마지막 타석에서 2루타를 터뜨리며 '멀티히트'로 복귀전을 마무리하게 됐다.
지난해 하주석의 음주운전 사건은 차기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한화에게도 매우 치명적이었다. 한밤중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주전 유격수를 잃게 되면서 큰 고민에 빠진 한화는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오선진을 영입하며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었다. 물론 현시점에서는 이도윤이 주전으로 활약하며 하주석의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있다.
하주석이 복귀전을 치렀으나, 최원호 감독은 그의 복귀를 서두를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최원호 감독은 5일 대전 롯데전에 앞서 "하주석은 일단 2군에서 경기를 더 뛰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2군의 평가를 들어보겠다"며 "지금 우리 팀의 상황, 유격수의 상황을 고려해서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복귀 시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화는 최근 구단 역사에 남을 만한 8연승을 질주하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포스트시즌 티켓을 놓고 경쟁을 펼쳐볼 만한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하주석이 이탈해 있는 기간 동안 오선진을 비롯해 이도윤과 박정현이 그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지금 당장 하주석이 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원호 감독은 "첫 번째는 2군에서 하주석의 감이 올라와서 '1군에서 뛰어도 된다' 정도는 돼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1군의 상황도 봐야 한다. 지금 이도윤이가 잘해주고 있다. 이도윤이 슬럼프에 빠졌다든가,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는 등의 타이밍에 콜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은 하주석이 준비가 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사령탑은 "현재 1군에서 유격수 쪽에서 문제가 자꾸 발생,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서 어떠한 이벤트가 필요하다면 하주석을 빨리 올려야 한다. 하지만 그런게 아니기 때문에 여유 있게 준비가 다 된 후에 팀과 유격수의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할 것이다. 언제 콜업을 하겠다는 말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하주석이 한화에 필요한 존재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2군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더라도 곧바로 1군의 부름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선수 개인보다 1군 선수단이 직면한 상황과 흐름이 더 중요한 까닭이다. 최근 한화의 흐름이 나쁘지 않은 만큼 최원호 감독도 하주석의 콜업을 서두르지 않을 전망이다.
[한화 이글스 하주석, 이도윤, 최원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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