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인생을 쉽게 살아오지 않았다.”
5일 KIA로 이적한 포수 김태군(34)은 2008년 2차 3라운드 17순위로 LG에 입단한 뒤 오랫동안 백업으로 살았다. LG 시절엔 조인성, NC 시절엔 양의지, 삼성 시절엔 강민호가 그의 앞에 버티고 있었다. 운이 없긴 했다. 주전으로 뛰어도 충분한 기량을 갖췄는데, 백업으로 오래 살아오긴 했다.
LG에서 오랜 백업 생활을 마치고 NC에서 풀타임 주전이 됐다. 그러나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양의지가 왔다. 양의지가 떠나면 주전이란 얘기를 들었지만, 정작 트레이드로 팀을 옮겨야 했다. 심지어 그 팀은 강민호가 버티는 삼성이었다.
김태군이 6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인생을 쉽게 살아오지 않았다”라고 한 것에 많은 의미가 함축됐다고 봐야 한다. 경기에 좀 더 많이 나갈 기회를 놓쳤지만, 국가대표 포수들과 함께 긴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노하우를 흡수해왔다.
김태군은 “의지 형에겐 이런 상황서 이렇게, 저런 상황서 또 저렇게 풀어가야 한다는 걸 많이 배웠다. 민호 형에겐 선수 한 명이 팀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다는 걸 배웠다”라고 했다. 그는 두 레전드 포수들의 장점과 자신의 경험, 노하우를 더해, 단단하고 멋진 포수가 됐다.
강민호는 김태군과 헤어지면서 좋은 얘기를 해줬다. 그는 김태군에게 “이제 너에겐 기회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태군은 “민호 형의 얘기가 피부로 와 닿았다. 누가 말을 안 해도 느끼고 있다”라고 했다.
김태군은 이제 양의지+강민호 효과를 앞세워 롱런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한다. 예비 FA다. KIA에서 반 시즌만 뛰고 타 구단으로 이적할 수도 있고, KIA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함께할 수도 있다. 어디서 뛰든 이젠 김태군은 확고부동한 주전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투수리드, 수비력에 예리한 타격까지. 리그 최고 공수겸장 포수라고 말은 못해도, 최상급 포수인 건 확실하다.
KIA가 김태군을 반 시즌 렌탈로 만족할 수 없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국대포수들의 장점을 흡수한 포수와 오랫동안 함께 할 기회를 날릴 수 없다. KIA는 김태군에게 한준수, 주효상, 신범수 등 젊은 포수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김태군이 안정적으로 수년간 안방을 다지면서 젊은 선수들이 포텐을 터트릴 시간을 벌어주면 최상이다. 당장 김태군은 6일부터 백업 한준수와 함께 훈련했다. 한준수에겐 유익한 시간이었다.
김태군은 웃으며 “저도 그동안 후배들에게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라고 했다. NC와 삼성에도 젊은 포수들이 있었고, 김태군도 강민호, 양의지 못지 않게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쳐왔다. 이젠 KIA 차례다. 김태군은 “그럼요. 당연한 것이다. 내가 많은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김태군.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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