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강렬함을 넘어 충격적인 데뷔전이었다. KIA 새 외국인투수 마리오 산체스(29)가 여러모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산체스는 9일 수원 KT전서 6.1이닝 5피안타(1피홈런) 10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단 88개의 공으로 19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147km까지 나왔고, 컷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투심 순으로 구사했다.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투수 답게 보는 맛이 있었다. 커터와 슬라이더만 분류됐지만, 사실 스위퍼도 섞었다. 이 경기를 중계한 MBC스포츠플러스 박재홍 해설위원은 “슬라이더의 궤적이 다양하다. 스위퍼를 던지는 것 같다”라고 했다. 결국 커터, 슬라이더, 스위퍼로 구분해야 옳다. 타순이 한 바퀴를 도니 체인지업을 꺼내는 등 지능적인 투구를 했다.
스위퍼 외에도 산체스의 등판을 통해 흥미로운 부분이 세 가지 정도 있었다. 우선 이중 키킹이다. 리그를 막론하고 이중 키킹을 구사하는 투수는 많다. 다만 이날 KT 이강철 감독이 어필했고, 심판진도 산체스와 KIA 벤치에 원칙상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일관성 있게 이중 키킹을 하면 정규의 투구동작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산체스는 이중 키킹을 할 때도, 안 할 때도 있었다. 이중 키킹은 확실히 KT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흐트러트리는 효과가 있었다. 어쨌든 심판진의 지적이 있었으니, 산체스는 앞으로 이중 키킹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하나는 페이크 견제다. 산체스는 1루에 주자가 나가니 순간적으로 주저 앉는 듯한 동작을 취하면서 1루를 쳐다봤다가 투구했다. 주저앉는 폭이 꽤 컸다. 이날 심판진은 이 부분은 문제 삼지 않았다. 박재홍 해설위원도 투수가 이런 식의 페이크 견제를 사용하는 건 처음 봤다고 했다.
효과가 있었다. 산체스는 올해 대만 퉁이 라이온즈에서 뛰면서 도루를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주저 앉는 동작이 효과를 봤다는 의미다. 주자가 2루에 있어도 투구 템포를 조절하는 등 확실한 노하우가 있었다. 주자 견제에 신경을 쓰면서도 타자와의 승부에 투구밸런스가 흔들리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다. 어느 정도 클래스가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극단적인 투수판 활용이다. 1루쪽을 밟는데, 거의 밟지 않는 수준이었다. 오른발이 투수판에 살짝 걸칠 듯 말 듯할 정도였다. 그만큼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흐르는 슬라이더가 더 멀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실제 팔이 짧은 우타자라면 파울 커트조차 못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자신의 최대장점이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라는 게 드러난 순간이다. 그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투구판 활용이다. 특히 스위퍼의 경우 횡으로 움직임이 크다. 우타자로선 1루쪽 투구판을 걸칠 듯 말 듯하게 밟고 던지는 산체스의 스위퍼를 끝까지 보고 치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일단 산체스에 대한 정보가 없던 KT 타자들은 산체스의 슬라이더와 스위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삼진 10개는 대부분 슬라이더와 스위퍼였다. 결국 타자들로선 산체스의 슬라이더와 스위퍼가 보더라인에 걸치는 비율이 높지 않다면 그냥 버릴 가능성도 있다.
확실히 힘보다 테크닉이 돋보이는, 스마트한, 흥미로운 외국인투수다. KT를 제외한 8개 구단도 이날 산체스의 영상,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할 것이다. 어떤 전략을 갖고 나올지, 그리고 산체스는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관전포인트다. 이중 키킹 외에는 온전히 산체스의 무기다. 산체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KIA 선발진은 다시 힘이 붙는다.
[산체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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