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100만 달러(약 13억원)의 연봉. 전반기 마감을 앞둔 성적은 3승 5패. 지금 페이스면 풀타임 시즌을 치렀을 때 10승은 커녕, 6승에 머무를 기세다.
롯데는 지난 2020시즌에 앞서 댄 스트레일리라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 스트레일리는 데뷔 첫 시즌 31경기에 등판해 무려 194⅔이닝을 소화해줬고, 205탈삼진을 솎아내는 등 15승 4패 평균자책점 2.50으로 활약했다. '에이스'의 강림. 롯데는 당연히 스트레일리와 재계약을 맺었고, 이듬해 31경기에서 10승 12패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했다.
KBO리그 무대를 밟은 첫 해보다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졌지만,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한 것은 변함 없는 성과였다. 하지만 스트레일리는 시즌이 종료된 후 롯데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고,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성과는 크지 않았다. 스트레일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한 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스트레일리는 아쉬움만 남겼고,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2022시즌 5위 자리를 놓고 열띤 경쟁을 펼치던 롯데는 외국인 투수들의 잇따른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중 다시 스트레일리와 연이 닿게 됐고, 2022시즌을 비롯한 2023시즌까지 계약 기간을 보장해주며 '성의'를 표했다. KBO리그로 돌아온 스트레일리는 결국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지 못했으나, 11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뽐냈다.
하지만 올해 스트레일리의 모습은 너무나도 낯설다. 스트레일리는 시범경기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6.43으로 크게 부진했고, 이는 정규시즌으로 이어졌다. 스트레일리는 4월 총 다섯 번의 등판에서 단 한 번도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지 못하는 등 2패 평균자책점 5.82로 허덕였다. 특히 구속이 크게 하락한 모습에서 대체 선수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래리 서튼 감독은 스트레일리의 거듭된 부진의 이유로 '슬로우 스타터'라는 것과 함께 1988년생이라는 점을 꼽으며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스트레일리는 5월 4번의 등판에서 세 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2승 2패 평균자책점 2.31의 성적을 남기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6월 첫 경기에서도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7이닝 2실점(2자책)으로 올 시즌 최고의 투구까지 선보였다.
그러나 좋은 기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스트레일리는 6월 두 번째 등판부터 다시 시즌 초반의 아쉬운 모습을 내비치더니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매 등판이 아쉬운 것은 아니다. 최근 6경기 가운데 5이닝을 2실점 이내로 막아낸 경기가 세 차례 있다. 하지만 이 모습이 롯데가 스트레일리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스트레일리는 5이닝을 넘어서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이스'의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가 5이닝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16번의 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는 단 4회. 6이닝 투구도 5회에 불과하다. 이닝 소화 능력이 떨어지면서 그 부담은 모조리 불펜 투수들에게 향하는 것은 144경기의 장기레이스를 고려한다면 분명 치명적이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스트레일리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는 0.71에 불과하다. 전체 투수들 가운데 59위. '스포츠투아이'에서는 0.83으로 '스탯티즈'에 비해서는 조금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지만, 30위권 내에는 이름을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WAR을 쌓기에 유리한 선발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두 통계사이트에서는 '장발클로저' 김원중보다 아래다.
래리 서튼 감독은 '반환점'을 돈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남은 72경기의 목표로 '3강 진입'과 함께 '한국시리즈 진출'을 꼽았다. 즉 '윈나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변화가 없다면, 꿈을 이룰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롯데는 시즌 초반의 기세가 모두 꺾인채 5할 승률의 사수와 붕괴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2017년 이후 6년 만에 진정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면, 이제는 칼을 뽑아들 시기다.
물론 현재 외국인 시장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독립리그와 멕시코리그, 대만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를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스트레일리의 부활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비교적 분석이 덜 된 새로운 선수에게 기대를 품는 것이 현실적으로 나을 수 있다. 매년 좋지 않은 시장 속에서도 대체 선수들이 성공을 거두는 사례는 그리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KBO리그의 경우 대체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은 한 달을 기준으로 최대 10만 달러(약 1억 3000만원).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에게 지급할 수 있는 최대 연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적은 연봉으로 좋은 선수를 데려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전반기 종료를 앞둔 가운데 롯데가 과연 어떠한 결단을 내리게 될까.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 래리 서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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