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정 든 지혁이를 상대하게 됐는데…”
KIA 김종국 감독은 류지혁을 두고 “우리 팀에서 (김)선빈이 다음으로 리더십이 좋았던 선수”라고 했다. 울었는지 울 뻔했는지 미스터리(?)지만, 김종국 감독은 류지혁이 2020년 홍건희(두산)와의 트레이드로 입단한 뒤 늘 좋게 봐왔다.
언제 어느 포지션, 어느 타순, 어느 역할을 맡겨도 내색없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항상 솔선수범했다. 자신을 위협하는 새까만 후배 김도영의 성장과 정착을 위해 아낌없이 배려하고 조언하는 모습, 야구를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 등등. 김종국 감독은 류지혁이 참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박진만 삼성 감독의 트레이드 제안을 받아들였다. 확실한 주전포수를 원했던 삼성과의 거래다. 삼성이 전향적으로 나선 이상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두 감독은 1대1 트레이드를 결정했고, 두 팀 단장의 OK 사인이 떨어지면서 5일 발표됐다.
프로는 개개인의 사사로운 감정보다 팀 승리와 성적 우선이다. 김 감독과 심재학 단장은 류지혁을 보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지만, 김태군이라는 확실한 포수를 놓칠 수 없었다. 그렇게 좋은 기억만 있던 류지혁과 불과 1주일만에 적으로 상대하게 됐다.
1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트레이드 1주일만에 빅매치가 성사됐다. KIA 김태군과 삼성 투수들, 삼성 류지혁과 KIA 투수들의 맞대결이다. 김종국 감독은 “만나서 인사도 하고 그러겠지만, 승부는 승부”라고 했다.
이날 경기는 장맛비로 취소됐다. KIA는 그와 별개로 조촐한 환영식을 열었다. 파란 유니폼을 입은 류지혁을 KIA 라커룸으로 불렀다. 김종국 감독이 류지혁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안겼고, 선수들은 사인이 담긴 KIA 류지혁 유니폼을 기념으로 선물했다. 심재학 단장도 소정의 선물을 전달했다. 삼성도 마찬가지였다. 짠 것도 아닌데 김태군을 라커룸에 불러 기념 선물도 주고 정을 나눴다.
프로는 기본적으로 비열한 승부의 세계다. 두 팀도 철저히 비즈니스 논리로 두 선수를 교환했다. 그러나 정과 낭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KIA는 류지혁, 삼성은 김태군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고, 또 좋아한다. 늘 그렇듯, KBO리그라는 각본없는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주체는 사람이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우리도 태군이에게 선물을 준비했다. 요즘은 다른 팀으로 옮겨도 상대 팀끼리도 가깝게 지낸다. 다만, 선수들은 가족을 걱정할 것이다. 두 선수가 한번 옮긴 게 아니라 자주 옮긴 선수라서. 그게 좀 미안할 것이다"라고 했다. 류지혁과 김태군 역시 묘한 감정으로 이날 하루를 보냈을 것 같다.
[KIA의 류지혁 환영식, 삼성의 김태군 환영식. 사진 =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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