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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미지명의 설움을 겪었던 최병용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선택을 받았다. 김하성의 '후계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샌디에이고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루멘 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0라운드 전체 611순번에서 최병용을 지명했다.
2002년생 최병용은 6.3피트(약 189.5cm) 거구의 내야수로 신일고를 졸업했다. 최병용은 신일고 3학년 시절 23경기에 출전해 24안타 1홈런 14타점 14득점 타율 0.282 OPS 0.774를 기록했으나,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미지명의 설움을 겪은 최병용의 선택은 해외 진출이었다.
최병용은 미국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뉴멕시코 밀리터리 대학교(New Mexico Military Institute)로 진학했고, 올해 대학리그 58경기에 출전해 15홈런 80타점 71득점 45볼넷 10도루 타율 0.448 OPS 1.429의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0라운드에서 샌디에이고행의 '막차'에 탑승하는데 성공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에 따르면 크리스 켐프 샌디에이고 스카우팅 부사장은 "최병용은 우리 구단과 김하성을 정말 좋아한다. 그는 스윙폼이 예쁜 좌타, 거구의 내야수"라며 "최병용은 샌디에이고를 사랑하고 여기 있기를 원한다. 우리는 그가 정말 잘 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최병용을 보유하게 돼 기쁘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미국으로 진출하는 한국인 선수가 늘어나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성공. 한양대를 재학 중이던 박찬호는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후 메이저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게 되면서 본격 빅리그 구단들이 한국인 선수들에게 큰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선수는 한둘이 아니었다. 서재응과 최희섭, 김선우, 송승준 등이 대표적. 그리고 KBO리그 무대를 경험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선수로는 이상훈과 구대성, 임창용 등이 있다. 물론 미국으로 진출한 모든 선수가 미소를 짓지는 못했지만, 여기서 성공을 거둔 것은 'BK' 김병현이었다.
박찬호와 김병현이 선발과 불펜에서 한국인 선수가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이 흐름은 류현진(現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후 지금까지도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이는 지금의 후배들에게도 연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박찬호와 류현진 등이 몸담았던 LA 다저스의 경우 현재 최현일이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다. 그리고 최지만과 배지환이 현역으로 소속돼 있고, 박효준과 강정호가 머물렀던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올 시즌에 앞서 '160km 괴물' 심준석과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었다.
외야수로 포문을 연 것은 추신수(現 SSG 랜더스)였다. 비록 지금은 한국인 외야수가 없지만, 이정후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내야수로 물꼬를 튼 것은 강정호.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깜짝 활약을 펼치며 한국인 내야수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하지만 황재균과 박병호 등 모두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KBO리그로 돌아왔으나, 이제는 김하성이 강정호의 뒤를 잇고 있다.
김하성은 현재 샌디에이고에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2021시즌에 앞서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맺은 김하성은 데뷔 첫 시즌에는 빠른 공의 적응 등으로 인해 애를 먹었지만, 지난해 본격 주전으로 도약했고, 올해는 커리어하이 페이스 시즌을 보내고 있다.
특히 김하성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수비력이다. 김하성은 지난해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로 뛰며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됐고, 올해는 2루수로 포지션을 옮긴 뒤 한국인 첫 골드글러브 수상까지 노리고 있다. 김하성의 수비 지표는 내셔널리그 2루수 최상위권. 지금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첫 수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박찬호를 제외하면 한국인 선수와 연이 많지 않았던 샌디에이고도 김하성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비록 20라운드지만 최병용을 선택하는 배경이 됐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박찬호를 시작으로 김병헌, 추신수, 류현진, 강정호에 이어 이제는 김하성이 후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KBO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지명을 받지 못하는 아쉬움을 겪었던 최병용이 김하성의 뒤를 잇는 한국인 내야수 빅리거로 성장할 수 있을까. 최하위 라운드의 지명을 받은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경험하는 일은 그리 드물지 않다.
[샌디에이고의 지명을 받은 최병용,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LA 다저스 시절의 류현진과 박찬호, 김병현, SSG 랜더스 추신수, 강정호, 김하성. 사진 =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 뉴멕시코 밀리터리 대학 SNS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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