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선수들이 잘한 것이다"
두산 베어스는 1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 간 시즌 9차전 원정 맞대결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장마 전선의 영향으로 수도권 지역에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경기가 열리지 않게 됐다.
두산은 지난해 창단 첫 9위의 수모를 겪는 등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섰다.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끌었던 '명장' 김태형 감독과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국민타자'로 불려오던 이승엽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외국인 선수들도 모두 갈아치웠다. 그리고 총액 '152억원'에 FA 최대어 양의지까지 품에 안으며 재도약을 선언했다.
'초보'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의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두산은 4월 12승 1무 11패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뒀고, 5월 또한 11승 11패로 순항을 이어갔다. 그러나 좋은 기세가 쭉 이어지지는 않았다. 두산은 6월 10승 14패 7위의 아쉬운 성적을 남기면서 중위권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7월부터 두산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을 시작으로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를 차례로 격파하며 연승행진을 타기 시작했고, 전날(12일)에는 SSG를 4-1로 격파하며 파죽의 9연승을 내달렸다. 두산이 보유한 최다 연승은 10연승.
두산은 지난 2010년 김인식 감독 시절 첫 10연승을 달성했고, 2018년 6월 6일 고첵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6월 16일 대전 한화 이글스와 맞대결까지 10연승을 달렸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당시의 기록과 매우 근접해 있다. 일단 전날(12일) 승리로 1853일 만에 9연승은 달성한 상황. 아쉽게 13일 비로 인해 경기가 열리지 않게 됐지만, 후반기 KIA 타이거즈와 첫 3연전에서 10연승은 물론 최다 연승 신기록까지 노려볼 수 있다.
두산이 연승 행진을 타게 되면서 이승엽 감독도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바로 베어스 감독 부임 첫해 연승 기록이다. 지난 1982년 김영덕 전 감독과 '야신' 김성근 전 감독이 부임 첫 시즌 각각 9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이승엽 감독이 전날(12일)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승엽 감독은 1승만 추가하면 베어스의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된다.
우천 취소로 전반기를 마무리하게 된 이승엽 감독은 13일 인천 SSG전에 앞서 '좋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는 평가가 있다'는 말에 "이제 전반기가 끝난 것이다. 모든 평가는 시즌이 끝난 후다. 지금은 중간 지점이기 때문에 평가에 대해서 개의치 않고, 후반기에 들어갈 준비를 하겠다. 진짜 승부는 무더위가 시작되는 후반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두산이 9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사령탑은 "내가 잘한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잘한 것이다. 모든 공은 선수들이다. 나만의 기록이 아니지 않나. 우리 선수들을 비롯해 팀 모두가 고생을 했다. 시행착오를 겪고, 6월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아직까지는 기록이 그렇게 와닿지는 않는 것 같다"며 김영덕, 김성근 감독과 타이를 이룬 것에 대해서는 "훌륭하신 분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멋쩍게 웃었다.
선수로서는 KBO리그 '최고'였지만, 사령탑은 처음이었던 만큼 어려움이 많았다. 이승엽 감독은 "아무래도 필드에서 뛸 때는 '오늘 못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일은 잘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연구하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을 하고, 선수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사실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계속해서 사령탑은 "예전에는 팀과 나만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모든 선수들을 봐야 한다. 그런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더라. 시즌 초반부터 중반까지 좋았던 기억보다는 안 좋았던 기억이 더 많지만, 그를 통해 조금 더 빨리 깨우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시즌 초반의 부진에 우리에게는 더 좋은 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4~5월을 잘 보냈으나, 6월 큰 부침을 겪었다. 이승엽 감독은 "우리가 7월에 들어왔을 때 -3이었다. 그런데 -10이면, 10연승을 해야 5할 승률이다. 그리고 위닝시리즈를 10번이나 해야 한다. 사실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전반기에 승률을 올리지 못하면 조금 힘들 것이라 생각해서 총력전을 했는데, 우리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정말 선수들이 잘 준비를 했다"고 엄치를 치켜세웠다.
책임을 지는 자리에서 마음고생을 하는 등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게 이승엽 감독의 설명. 그는 "굉장히 힘들다. 예전에는 운동을 했는데, 감독이 된 후 운동을 못해서 허리도, 목도 아프고 굉장히 아픈 곳이 많아지더라. 몸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는데,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할 것 같다"며 "내가 건강해야 또 선수들에게 큰 소리도 칠 수 있지 않겠"라고 활짝 웃었다.
전반기를 9연승을 마친 이승엽 감독이 후반기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까. 많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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